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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0 뮌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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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2 (목) 전 : 기억의 한가운데 알람이 울리고 눈이 떠진다. 밤새 오랫동안 꿈길을 거닌 덕에 아주 가뿐한 아침이다. 햇반 식사에 커피와 과일까지,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나란히 입에 물고 쉔브룬으로 간다. 쉔브룬 궁전은 빈에 살 때 심심하면(?) 가던 곳이다. 궁전 내부만 해도 난 너댓 번은 관람했다. 우리집 남자들은 나보다는 횟수가 적지만, 그래도 최소한 세 번은 내부를 들여다 봤었다. 나야 뭐, 빈에 살 때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손님 올 때마다-남편과 아들은 회사와 학교로 가고- 손님들과 함께 다니다보니 내부 관람 횟수가 조금 더 되는 편이다. 우리의 이번 쉔브룬 여행의 목적은 빈에 살 때도 자주 그랬듯이 정원이다. 궁전 뒤편으로 아름답게 펼쳐진 정원, 그 정원의 끝엔 언덕이 있고 언덕 위엔 전승기념비인 글로리에테가 있다. 몇..
8. 11 (수) : 가장 평온한 세상, 프라터 역시나 어젯밤의 맥주는 상당히 과했다.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확인할 건 확인해야 한다. 항공기 예약 사이트에 문의했던 답변을 살펴봐야 했던 것이다. 답변인즉, 남편의 귀국편은 도시 변경이 불가하고, 예약상 같은 도시인 빈에서 아웃하더라도 8월말까진 자리가 없어서 날짜 변경도 불가하다고 했다. 정말 항공대란이다. 아침 겸 점심은 서울에서부터 준비해 온 라면이다. 우린 외국에만 나오면 대한민국표 라면을 너무나 사랑한다. 오스트리아에 살던 4년 동안에도 한국식품점에 진열된 라면을 열심히도 사다 먹었다. 더군다나 오늘 같은 날엔 속풀이에도 아주 그만이다. 라면을 먹은 후, 남편은 업무에 열중이고 아들 녀석은 마트에서 요거트와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는 내게 ..
8. 10 (화) : 빈으로 가는 기차 오늘은 뮌헨을 떠나 빈으로 가는 날이다. 미리 예약한 기차 시각에 맞추기 위해 7시에 아침식사를 하러 갔더니, 조식당이 아주 아주 한가롭다. 8시가 넘으면서 체크아웃을 하고 어제처럼 중앙역으로 간다. 지하철 안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렇지, 오늘은 화요일이었지. 우리가 승차한 RJ가 매겨진 기차는 오스트리아철도청에서 운행하는 기차다. 기차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역무원이 운행표를 나눠준다. 그런데 출발시각이 지나도 떠나지 않는 기차. 출발 시각이 6-7분 지나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기차에 오른다. 아마도 다른 도시에서 출발해서 뮌헨까지 오는 기차가 연착하여, 환승객을 위해 우리가 탄 기차도 출발이 지연된 듯했다. 기차가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독일 역무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예약할 때 사용..
8. 9 (월) : 오버아머가우 그리고 린더호프 이제야 시차 적응이 되었나보다. 아주 잘 잤고 아주 잘 일어났다. 하늘마저 아주 맑다.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선 시각은 8시 50분. 오늘은 뮌헨 근교 오버아머가우로 갈 예정이라 지금껏 쓰던 뮌헨 시내 교통권 대신 바이에른티켓을 구입했다. 바이에른 티켓은 뮌헨이 속한 바이에른주를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티켓으로, 티켓을 구입하고 스탬핑한 하루종일 승하차 횟수에 관계없이 유효하며 함께 하는 여행객이 많을수록 훨씬 경제적이다.(2010년 8월 기준) 그리고 바이에른주에 속한 도시도 아니고 독일 도시도 아니지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도 바이에른 티켓으로 갈 수 있다. 오버아머가우(Oberammergau)에 가려면 뮌헨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직행이 없기 때문에 환승을 해야..
8. 8 (일) : 비 내리는 님펜부르크 초저녁부터 잠에 빠졌던 어제에 이어, 시차 적응 안 되는 새벽이다. 깜깜한 새벽 3시. 빈에 살며 여행하던 예전과는 달리, 시차라는 걸 겪는 걸 보니 우리의 주거지가 서울인 것이 확실했다. 서머타임 기간인데도 5시가 되자 하늘이 밝아오고, 6시엔 빵을 공급하는 차량이 호텔 마당으로 들어온다. 그즈음 일어나는 두 남자, 12시간을 자고 일어난 얼굴이 아주 행복해 보인다. 아무도 없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오늘의 첫 번째 행선지인 매년 9-10월 옥토버 페스트가 열리는 ‘테레진비제’로 간다. 이 드넓은 광장에서 축제가 열린다는 상상만으로도 아주 설레는데, 600만 명이나 운집한다는 옥토버 페스트를 볼 날이 오겠지. 광장에 소리없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을 뒤로 하고 10시에 오픈하는 ‘노이에 피나코..
8. 7 (토) : 도이치박물관과 마리엔플라츠 새벽 2시가 넘었을 뿐이지만 잠이 깼다. 서울은 아침 9시가 넘은 시각, 확실히 시차 적응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하늘은 흐리고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6시에 몸을 일으켰다. 남편은 휴가 기간이었지만, 무선 인터넷에 접속해 회사 업무로 하루를 시작했다. 무선 인터넷은 호텔 투숙객에게 제공되는 쿠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체크인하면서 받은 무료쿠폰이 내내 유용했다. 유럽 대부분의 호텔에선 무선 인터넷도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하게 되는데, 보통 시간당 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아침 7시 반,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를 만끽하기 위해 호텔 식당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 일상에선 아침식사 준비와 출근 준비로 늘 먹는둥 마는둥 하는 아침식사지만, 여행지에선 아주 든든히 아침을 챙긴다..
8. 6 (금) : 두 번째 뮌헨 밤새 비가 오락가락했다. 덕분에 두어 번 잠에서 깨어 어두운 바깥을 살피는 수고를 해야 했다. 4시 반, 다행히 비가 그친 흐린 창밖을 확인하며 자리를 털었다. 공항에서 아침으로 먹을 간단한 도시락을 챙기고 냉장고에 동여매둔 식품도, 이미 싸둔 캐리어에 집어넣었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방법은 둘. 하나는 공항버스를 타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승용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인천공항 홈피에서 확인한 바, 승용차 장기주차장의 요금이 주차 6일째부터는 반액이라 했으니, 왕복 버스요금이나 공항도로 통행료+주차요금이나 비슷했다. 6시20분, 남편의 의견을 존중하여 승용차로 공항으로 향한다. 인천공항 가는 도로엔 비가 자주 흩뿌린다. 1시간 걸려 도착한 공항 주차장에도 가랑비가 떨어지고 있다. 캐리어가 젖을세라 뛰다시..
프롤로그 : 여행, 참을 수 없는 설렘 4년 여의 오스트리아 생활에 온점을 찍고 귀국한 것은 2009년 1월이었다. 예정보다 빨랐던, 그러기에 아쉬움 투성이였던 오스트리아를 떠나올 땐, 애잔함과 뭉클함이 겨울 날씨처럼 가슴 속을 헤집었다. 2009년 봄, 귀국과 함께 시작된 서울살이로 정신없던 어느 날,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믿을 수 없는 여름 출발 특가 항공권을 발견했고, 곧바로 항공권 예약 수순은 무리없이 진행되었다. 항공권의 IN, OUT이 모두 빈이었고, 보물처럼 저장해 두었던 유럽 지도에 빈에서 출발하여 빈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여행 코스를 굵은 선으로 그어 만들고 호텔 예약까지 완벽히 마쳤었다. 그러나 그 들뜸에 혼을 놓았다 잡았다 하던, 출발을 한 달 앞둔 그날, 바로 곁에서 들려온 폭발음을 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