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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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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수) : 일상 같은 여행 오늘 아침식사의 주 목적은 해장이라, 얼큰한 육개장칼국수를 끓였고 감자샐러드를 곁들였다. 이어 어제 구입한 거품 가득 카푸치노를 마시고, 단맛 넘치는 방울토마토와 청포도까지 먹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처음 오스트리아를 여행한 2004년, 빈에 살았던 2005년부터 2009년 초까지, 그리고 이후 여러 번 방문했을 때와 현재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1인당 국민소득-2021년 기준 약 $오만이삼천-에 비해 착한 오스트리아의 식료품 물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물가가 오르긴 했지만 마트 식료품은 여전히 저렴하고 품질이 좋으며 시기에 따른 가격 등락이 거의 없다. 마트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품질은 가격만큼의 차이는 없는 편이다. Billa와 Spar-Eurospar, Interspa..
9월 6일 (화) : 숙소 옮기는 날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예보된 역대급 태풍이 내심 걱정스러웠는지 잠에서 깬 새벽. 서울은 아무 일 없이, 아니 강풍조차 없이 조용히 지나갔단다. 태풍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힘을 발휘했을 뿐. 신뢰 지수 최하위의 썩어빠진 언론과 무능한 기상청, 부정으로부터 시선 돌리기에 혈안된 정부 여당의 합작품이다. 이름하여 역대급 허풍. 아들과 톡을 하고 나니 울강아지녀석이 너무나 보고 싶다. 종일 잠만 잔다는데... 또 다른 톡엔 전 직장 후배가 훈포장 관련하여 연락을 해 왔고 귀국 후 전달 받기로 한 다음, 잠을 청했다. 7시 반, 이른 아침부터 밖에선 공사 소음과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치즈쎔멜과 사과파이, 주스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 후 캐리어에 모든 짐을 챙겨 넣었다. 오후엔 숙소를 옮겨야 하니까...
9월 5일 (월) : 마음이 머무는 대로 아침 일찍, 단톡에 부고가 올라와 있다. 친한 후배의 부친상인데, 코로나19가 원인이라니 직접 갈 수 없어 더 안타깝다. 또한 이틀 전 요청했던 Late 체크아웃에 대해 호스트의 답장도 왔다. 당일 체크인하는 객이 없어 흔쾌히 OK다. 서울 관통 예정이라는 태풍에 대비하여 아들에게 창문 단속을 요청하는 톡을 보낸 후 구시가로 향한다. 그제 구입한 남편의 시계 부속품에 문제가 있어서 시계샵을 재방문했고 시계를 아예 다른 제품으로 교환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평일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가이드투어를 하는 여행객도 많이 보인다. 반갑게도 이제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으로 일상이 회복되는 모양새다. 슈테판 성당의 정면 파사드 앞에서 Rotenturmstraße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아침 구시가의..
9월 4일 (일) : 헤르메스빌라에서 빈의 아침, 한국 시각으로 일요일 오후 2시에 시작한 야구 경기를 보면서 치즈빵과 우유와 주스로 식사를 한다. 이제야 서울보다 7시간 천천히 움직이는 빈의 시간에 제대로 맞춰진다. 오늘은 9월의 첫째 일요일. 매월 첫 일요일엔 비엔나시에서 운영하는 빈 뮤지엄의 입장이 대부분 무료다. 우린 13구에 있는 오토바그너의 파빌리온과 시시 황후의 별장인 헤르메스빌라, 구시가의 파스콸라티하우스를 입장할 예정이다. 9시 45분에 도착한 U4 히칭역 부근 Hofpavillion은 오픈 전이다. 15분을 기다리는 것보다 헤르메스빌라를 먼저 가는 편을 택했다. U4 히칭역에서 56B버스를 타고 20분 후 Lainzer Tor(문)에 내리면 거대한 Lainzer Tiergarten이 펼쳐진다. 거대한 라인처 티어가르텐은 예..
9월 3일 (토) : 벨베데레 정원처럼 새벽 5시, 출입문 쪽에서 연기 냄새가 나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2층 복도에 연기가 자욱하다. 상황 확인을 하고자 계단을 따라 0층으로 내려갔는데, 헉, 공동출입문 앞 공간에서 종이 전단지들이 타고 있다. 남편은 얼른 공동 수도에서 페트병으로 물을 옮겨 연기를 잡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 여행 와서 화재 진압까지 하고 있는 거야... 많은 양의 종이는 아니었고 화염이 타오르진 않았으나 새벽이었기에 자칫했으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시원한 북어국으로 해장을 하고 8시 반, 빈의 아침을 열었다. 오늘은 버스를 타 볼까. 57A 버스가 우릴 구시가 Burgring까지 데려다 주었고 그곳에서 트램 D를 타면 금세 벨베데레다. 벨베데레 미술관은 프랑스에서 오스트리아로 망명(?)한 오이겐 장군의 궁전이었고 현재..
9월 2일 (금) : 훈더트바써가 지은 세계 우리가 머물렀던 2005년~2009년은 물론 가장 최근에 여행했던 3년 전과 비교해 봐도 빈은 정말 달라졌다. 전보다 거리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빈번해졌고 횡단보도에서 일단정지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꽤 생겨났다. 또 곳곳에 새로운 건물과 새 집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지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기존 질서와 체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젊은이들의 의식이 기존 세대와 많이 달라졌고 특히 다른 EU국가로부터 인구 유입이 많아진 이유라 한다.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았던, 그토록 안온하고 평화로운 빈은 이젠 다시 볼 수 없을 듯하다. 아침 기온 14도, 조금 쌀쌀해진 아침이다. 빈에 살던 15년 전의 9월은 서늘한 가을이었는데, 지금은 늦여름. 낮 기온은 계속 25-26도 이상,..
9월 1일 (목) 후 : 안녕, 잘츠부르크 2시, 상트길겐을 떠나 다시 잘츠부르크로 간다. 150번 버스에서 하차한 정류장은 린저 가쎄 근처에 있는 Hofwirt 호텔 앞이다. 종점인 기차역에서 내려서 역과 구시가를 오가는 것보다 이곳에서부터 구시가를 들른 후 역으로 가는 편이 낫다. 게다가 Hofwirt 호텔은 2014년 아들과 둘이 여행할 때 묵었던 곳이니 오, 제법 반갑다. 하늘 푸른 린저 가쎄엔 레스토랑 Alter Fuchs(늙은 여우)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8년 전 아들과 저녁식사를 한 곳. 지친 몸을 잠시 쉬러 잘자크강이 멀지 않은, 린저 가쎄 끄트머리에 위치한 야외 레스토랑에 앉았다. 우린 멜랑쉬와 미네랄워터만 마셨지만 가게를 시작한 지 600년이나 된 곳이란다. 린저가쎄 끄트머리는 잘자크강과 이어지고 다리를 건너 골목길을 따..
9월 1일 (목) 전 : 가을 첫날, 상트길겐 대한민국에, 더구나 서울에 역대급 태풍이 예보되었다. 20년도 더 전, 서울을 관통한 엄청난 태풍에 집 베란다 샷시의 유리창이 깨져 거실을 덮는 참사를 겪은 후로, 태풍과 유리는 내게 두려운 대상이 되었다. 아들과 톡을 하며 강아지 안위를 부탁하고, 또 태풍 상황을 확인하여 대처하기로 했다.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일정을 계획한 날로, 잘츠부르크와 상트길겐에 간다. 홈피에서 예약한 잘츠부르크행 기차 출발시각은 7시 10분. Westbahn열차는 이름대로 Westbahnhof(서역)에서 출발한다. 무려 새벽 5시에 식사와 과일과 커피까지 다 챙기고 6시 20분, 서역으로 향한다. 중앙역이 남역으로 불리던 시절엔 서역이 빈의 중심역이었으나 중앙역 중심인 지금은 상당히 초라해진 느낌이랄까. 열차 2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