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22 빈

(38)
9월 23일 (금) : 구시가, 빛나는 하루 푹 숙면하고 기상한 아침. 하늘은 환상적이고 밖은 온통 공사 소음이다 .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도 냉장고를 털어 식탁을 차리고, 커피와 사과와 케이크까지 즐겁게 먹어주셨다. 10시에 오른 2번 트램 안에는 국적불명의 60대 남자가 스피커폰을 통해 큰소리로 오래오래 통화를 하고 있다. 참나, 트램이 자기 집인가, 개념과 예의와 도덕은 어디다 물 말아 드셨나. 빈 어디서나 예전과는 달리 소란스러운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으나 저렇게까지 무례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폭스테아터에 내려 5-6년 째 보수 공사 중인 국회의사당 앞까지 걸었다. 2016년에 왔을 때 멀쩡하던 이곳이 2018년과 2019년은 물론 지금도 공사 중이니 최소한 5년째 이상은 이 상태인 거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건물쯤이야 서너 개쯤 신축하고..
9월 22일 (목) : 비너 옥토버페스트 이제 빈도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1주일 전까지 이어지던 늦여름은 물러나고, 10도 미만 아침 기온과 15-17도의 오후 최고 기온이 당연한 9월 말이 되었다. 남은 식재료들로 감자조림, 대구오징어조림, 계란프라이 등 아침 식탁을 차린 후 서울 가져갈 것들을 사러 또 Penny엘 다녀왔다. 보름 전에도 왔던 프라터에 S45와 S2를 타고 또 온 이유는 프라터 Kaiser Wiese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 때문이다. 9월 22일인 오늘부터 10월 9일까지 프라터-놀이공원은 물론 더 넓은 잔디공원이 있음.- 잔디 공원에서 개최되는 축제다. 개막일에 맞춰 오전에 도착하니, 준비된 무대에서 축제 관계자들의 인사와 가수들의 공연이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맥주를 마시고 식사를 할 수 있는 대형 천막들이 마련되어 있..
9월 21일 (수) : Korneuburg에 가면 모처럼 새벽에 잠을 설친, 그리고 모처럼 푸르도록 맑은 아침이다. 좋아하는 대구 조림을 먹은 후, 사람들이 많이 찾는 Baden 대신 선택한, 빈 북쪽의 Korneuburg으로 간다. 빈 남쪽의 바덴은 베토벤의 흔적이 남아있는 온천 도시고, 코노이브룩은 그저 빈에서 가까운, 평범하고 작은 도시다. 우린 빈 교통카드를 소지하고 있기에 빈의 마지막 역인 Streberdorf로부터 Korneuburg까지 오가는 교통권만 추가로 구입했다. 승객이 거의 없는 S3을 타고 도착한 코노이브룩 기차역, 바로 앞에 자전거 주차공간과 승용차 주차장이 있는 걸 보니 S-bahn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 많은가 보다. 참, 우린 이곳에 처음이다. 인구 14,000여명의 작은 도시란다. 도시 중심을 알리는 안내판을 따라 가는 중..
9월 20일 (화) : 낮이나 밤이나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들리는 오늘, 우리의 선택은 카페 돔마이어다. 쫀득한 수제비 반죽을 넣은 오징어짬뽕-아시아마트에서 구입한-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 20분, 숙소를 나섰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구형 S-Bahn, 저상형이 아니라 승하차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으나 트램도 S반도 역시 옛것이 더 운치 있고 낭만적이다. 돔마이어까지는 U4 Braunschweiggasse에서 걸어갈 수도 있고, U4 Hietzing에서 걷거나 트램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지난 번 돔마이어에 갈 땐 후자의 방법으로, 이번엔 U4 Braunschweiggasse역에서 돔마이어까지 도보로 가는 전자를 택했다. 흐리긴 하나 다행히 비가 쏟지 않는 소박한 동네를 산책하듯 걸어 도착한 카페 돔마이어 Domm..
9월 19일 (월) : 비엔나 서쪽 동네 새벽 3시반, 휴대폰 벨이 울려서 확인하니 전 직장 후배-빈 여행 중인 걸 모름-다. 비몽사몽이라 톡만 남기고 벨소리는 무음 처리, 1시간 넘게 깨어있다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식사 후 혼자 Penny-쇼핑은 혼자가 편함- 에 들러 식료품과 서울 들고갈 것들을 챙겼다. 이른 점심은 치즈빵과 치아바타와 요거트를 먹었는데, 이곳 빵은 많이 먹어도 속이 부대끼지 않으니 매일 먹어도 좋다. 아침 비가 좀 내리더니 쨍하게 갠 정오, Westbahnhof로 간다. 빈 변두리에 있는 광활한 IKEA 아닌, 도심형 IKEA가 몇 년 전 서역에 생겼다고 해서 가보려 한다. 평일 낮이라 붐비지 않는 실내가 조용하다. 빈 외곽에 있는 일반적인 IKEA보다 쇼룸 규모도 훨씬 아담하고, 판매하는 가구 종류도 많지 않다. 넓지..
9월 18일 (일 ) : 기억 속 오토 바그너 따뜻하게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조식 메뉴는 어제 나슈막 근처 아시아식품점에서 구입한 진라면이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한국 음식을 꽤 많이 챙겨왔으나 여행 일자가 열흘 남은 지금, 어찌된 일인지 남은 게 거의 없다. 10시 20분, 향하는 곳은 사흘 전 가려다 실패한 오토바그너 성당. 우린 그리로 가는 최적의 루트를 알아냈다. S45로 오타크링까지 이동한 후, 버스 46B를 타고 10여분 뒤 정류장에 내리면 친절하게도 Otto Wagner Kirche라 쓰인 표지판이 있다. 그 작은 표지판을 따라가니, 상상도 하지 못한 드넓은 자연이 갑작스레 활짝 펼쳐졌다. 이 멋진 자연 위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은 세차게 부는 바람에 맞춰 꼬리가 긴 연을 높이 날리고 있었다. 넓은 초원에 이어 나타난 숲길을 따라 걸으면,..
9월 17일 (토) : 빈의 가을 바람 새벽 3시가 넘어 잠들어, 아침 기상이 힘겹다. 완전히 확 추워진 날. 사흘 전엔 최고 기온이 27도였는데, 오늘 예보된 최고 기온은 16도다. 그래서 오늘에야 드디어(?) 긴소매 옷 위에 트렌치코트를 덧입는 진짜 가을 옷을 착장했다. 오늘 목적지는 훈더트바써의 쓰레기 소각시설과 칼스플라츠 근처의 나슈마크트다. 트램과 지하철로 가는 방법도 있으나, S45로 2정거장인 Krottenbachstrasse역에서 35A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런데 Krottenbachstrasse에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중 뜻하지 않게 벼룩시장을 발견했다. 신선놀음에 도끼 썩는 줄 모르고 사는 요즘, 오늘이 토요일인 줄도 제대로 몰랐다. 와, 세상에, 벼룩시장이 이렇게나 크다고. 여러 블록에 걸쳐 펼쳐진 벼룩시장에서 여행..
9월 16일 (금) : 도나우강변에서 시간 참 빠르다. 여행 기간의 딱 2/3가 지났다. 오늘도 흐린 날, 역시 중서부유럽 여행은 5-6월이 최고다. 한여름은 이제 너무 더워 여행하기 적절하지 않고, 9월은 이미 낮이 짧고 맑은 날이 적다. 계란볶음밥으로 식사를 한 후 치즈베이컨빵, 사과, 포도, 카푸치노를 줄줄이 먹었다. 한 끼 아닌 점심까지 먹은 듯하지만 나중에 먹은 건 분명 디저트다. 거리는 가을, 아니 부쩍 추워졌다. 지하철을 타고 U6 Neue Donau역에서 하차했는데, 내리는 사람들이 거의 다 아랍인들이다. 알아보니 근처에 빈에서 가장 큰 이슬람사원이 있다고 한다. 역 앞 정류장에서 20A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도 모스크를 향하는 무슬림들의 행렬은 끝이 없다. 22구에 위치한 도나우파크는 빈에 살 땐 집에서 가까워 여러 번 왔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