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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22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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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수) : 쉔브룬에서 노닐다 드디어 한국 입국시 코로나19 음성확인서-PCR 또는 Antigen 검사를 통한- 제출 의무가 폐지되었다. 여행 시작 무렵인 며칠 전에도 그런 여론이 감지되어서 9월 중순이면 폐지되지 않을까 예상은 했으나, 이게 웬일, 오늘 발표하고 당장 3일 후인 9월 3일부터 양성확인서 제출 의무가 폐지된다. 2022년 8월 기준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국가는 달랑 한국, 일본, 중국 뿐이다. 제로코로나(?)를 지향하는 중국을 제외하곤 한국과 일본만 남은 상황인데, 일본이 정책 폐지를 발표하자 외로이 남은 한국이 따라서 -정부 수준하고는 ㅉㅉ- 음성확인서 제출 폐지를 결정한 것이다. 그것도 일본보다 더 빨리 시행하는 것으로 말이다. 감기가 그렇듯 코로나19가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감염된다고 볼 수는 없다. 우..
8월 30일 (화) : 진혼곡과 페스티벌 어젯밤의 얕은 과음은 시차 적응의 공신이다. 9시에 컵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최고 당도를 자랑하는 청포도와 납작복숭아를 후식으로 먹어준다. 아, 근데 라바짜 분쇄원두로 내린 커피는 왜 이리 맛이 없담. 역시 원두콩을 직접 갈아야 제대로 된 커피 맛을 낼 수 있나 보다. 바깥과는 달리 집 안은 아주 서늘하고, 오랜만의 오스트리아 맥주로 인해 몸은 매우 노곤하다. 비엔나표 마늘바게트를 오븐에 구워서 요거트, 생오렌지주스와 함께 먹는 점심은 우리가 빈에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오후, 실외 공기 좀 쐬어볼까. 행선지는 중앙묘지 음악가 묘역. 여긴 수없이 방문했기에 익숙하고 친숙한 곳이다. U3 Simmering역까지 이동한 후 트램을 탔다. 지하철 내부든 트램 안이든 승객들이 참 많다. 승객 상당수가 여행자..
8월 29일 (월) : Café Dommayer 이야기 새벽 3시반에 눈을 뜨고 6시에 아침식사-메뉴는 무려 쇠고기장터국, 김치볶음, 멸치볶음-를 한다. 시차 적응이 안 되니 강제로 새벽형 인간, 아침형 인간이 돼 버렸다. 물론 평소에도 우린 저녁형 인간은 아니다. 평일 아침 7시반 전후면 영업을 시작하고 저녁 8시 이전에 문을 닫는 빈의 마트는 아침형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편리하다. 8시도 되기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SPAR엘 다녀오고 또 HOFER에서도 장보기를 마치니 이제 '빈 살이'가 실감이 난다. 빈에서 머무는 첫번째 아파트는 1년 이상 외관 공사 -와보니 빈 곳곳이 온통 공사- 중이다. 예약을 한 5개월 전엔 공사 중인 사실을 몰랐고, 여행 1-2개월 전에 알게 되었지만 취소하지는 않았다. 빈에 도착하는 시각이 한밤이라, 이동이 편하고 단번에 쉽..
8월 28일 (일) : 구시가, 흐리고 한때 비 자정 넘어 잠이 들었는데,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빈이 서울보다 7시간 느리니 시차 부적응은 당연지사. 어제 마무리짓지 못한 핸드폰의 핫스팟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하늘 흐린 아침 6시. 인천공항으로부터 공수해온 도넛을 커피와 함께 먹으며, 그립고 그리웠던 빈에서의 첫 아침을 열었다. 오늘은 일요일. 일반 마트가 오픈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 우유 등을 사야 하는데, 다행히 휴일에도 문을 여는 체인형 마트가 있다. 여행객이 많이 오가는 중앙역, 서역, 프라터슈턴역, 구시가 1-2곳에 영업하는 곳이 있다. 숙소에서 가까운 서역의 크지 않은 BILLA에 들어서니 계산원도 보안요원도 딱딱한 얼굴이다. 빈의 기차역 중에서 취약한 지역이라 경계 태세인 건지. 암튼 몇 가지만 구입하고는 그곳을 후딱 빠져나왔다...
8월 27일 (토) : 빈으로 가는 시간 떠나는 새벽, 예정대로라면 첫 공항버스를 타야 했다. 그러나 어젯밤 11시경 LOT폴란드 항공사로부터 지연 출발을 통보 받았고, 그보다 앞서 flightaware를 통해 인지한 바르샤바발 인천행 항공기의 늦은 출발이, 인천에서도 지연 출발로 이어질 것은 당연했기에 우리가 꼭두새벽을 가장 먼저 열 필요는 없었다. 간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에 졸면서 도착한 2터미널. 3년 반 전에 탑승했던 LOT는 지각생이 아니었으나 오늘은 명성(?)대로 3시간 20분이나 지연 출발 예정이란다. 공항은 생각보다 꽤 북적였지만 셀프체크인을 이미 마치고 다다른 LOT 체크인카운터는 한산했다. 이번엔 큰 캐리어 2개는 수화물로 보내고 작은 캐리어 1개는 기내로 들고 들어가기로 했다. 어제 저녁 flightaware에서 비행 ..
프롤로그 : 우리의 염원 2022년 늦여름,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조금씩 꼬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2년 반 넘는 팬데믹 기간동안 처음 반 년은 휴직을 했고 그로부터 1년 반은 다시 출퇴근을 했으며, 그 이후엔 그토록 염원하던 무위도식의 세계로 진입했다. 퇴직이 확정된 후, 애타게 간절했던 그곳으로 향하고자 항공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약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닫아두었던 문을 봄부터 활짝 열었기에 가능했던 일. 그러나 우리가 출발하던 즈음, 남의 나라에서도 두 팔로 감싸 환영하는 우리를, -심지어 그곳에서는 발병하더라도 격리조차 폐지된 상황- 아직까지 고국에선 선별 아니 감별해서 국민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타국에서의 발병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마스크 150개, 안티젠 테스트기 14개와 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