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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 (금) : 밤베르크 한가운데 어제 저녁 7시 이전에 찾아온 어둠은 오늘 아침 7시가 넘어서야 사라졌다. 오전 7시반, 잊을만하면 챙겨먹는 비빔밥과 독일표 누들수프가 아침 요깃거리다. 어제와는 달리 맑은 아침 9시, 티켓발매기에서 뷔르츠부르크 1일권플러스 대신 바이에른티켓-2인-을 구입했다. 우린 여행 기간과 기차 종류를 고려하여 49유로티켓을 사용하지 않기에 해당 주의 대중교통-기차는 R만, 트램, 버스, 지하철-을 자유롭게 이용 -평일 9시부터, 주말휴일 새벽부터- 할 수 있는 랜더티켓은 근교 여행시 필수다. 1번 트램을 타고 중앙역에 내려서 11번 플랫폼에 도착하니 9시 39분에 출발하는 RE열차가 이미 대기 중이다. 밤베르크 가는 기차 안, 10시 52분에 검표원이 티켓 검사를 한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 기차는 예외없이 매번 ..
10월 12일 (목) : 비 내리는 뷔르츠부르크 잔뜩 흐린 하늘,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아침이다. 9시 40분, 일기예보를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는 우산을 챙겨 트램정류장으로 간다. 오늘도 어제처럼 발매기에서 1일권플러스(2인) 교통카드를 구입했고 트램에 올라 Dom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트램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대성당 근처의 붉은 건축물은 노이뮌스터성당으로, 그 역사는 8세기에 시작된다. 주교의 순교 장소에 기념관이 건립되었고 11세기에는 노이뮌스터수도원-19세기 페쇄-이, 14세기에는 노이뮌스터성당이 세워졌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개조되고, 1945년에 전쟁의 폭격과 화재로 손상되어 이후 재건되었다. 이곳 내부도 꽤 현대적인 느낌이었는데 2차 대전 후 복구된 건축물이라, 역시 완벽한 복원이란 애당초 불가능한..
10월 11일 (수) : 마리엔베르크와 구시가 맑은 아침, 눈을 뜨니 넓은 침대-폭 80cm 매트리스 2개-를 마다하고 남편이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다. 암막커튼 때문에 침실이 완전 깜깜해서 무언가 불편했다고 한다. 그럼 오늘부턴 커튼을 한뼘 열어놓고 자자고. 야채 채운 3분짜장에 양파수프를 곁들인 최고의 식사를 하고, 숙소의 맛없는 원두 대신 선택한 카푸치노도 역시 최고다. 우선 EDEKA에서 맥주, 오렌지주스, 배추를 사서 냉장고를 채워두고 10시반, 다시 밖으로 향한다. 숙소 근처 트램정류장의 티켓발매기에서 1Tag플러스(1일 2인교통)를 구입한 후 트램을 타고 율리우스프롬나드에서 하차했다. 오늘 첫 행선지인 마인강 서쪽 저 높은 지대에 위치한 마리엔베르크 요새에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테마인교 부근에서 걸어..
10월 10일 (화) : 뷔르츠부르크 가는 기차 밤새 자다깨다 숙면하지 못하고 일찍 깨어버린 아침, 숙소 앞 거리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대형 컨테이너 트럭 3대가 주차 중이다. 서로 골목을 꽉 채우고 있어서 트럭이 다시 나가기 상당히 어려워보였으나 대형 트럭은 좁은 길을 용케도 빠져 나간다. 혹시 건물에 부딪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증이 발동하여 구경하면서도 아슬아슬 걱정스러웠는데, 괜한 기우였다. 라면과 밥, 그리고 카푸치노와 티라미수까지 챙겨먹고 짐 싸기에 돌입했다. 참 이상한 것이, 여행 기간의 3/4을 넘긴 시점이라 바리바리 들고온 한국 음식은 거의 다 먹었고 현지에서 구입한 물건도 없는데, 왜 캐리어 무게는 별로 줄지 않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오전 10시, 체크아웃 전 마지막 프티트프랑스 산책에 나선다. 외벽에 도로명이 병기-프랑스어,독일어-..
10월 9일 (월) 2 : 보방댐 파노라마테라스 머리와 마음을 대강 채웠으니 이제 고갈된 육신을 채울 시간이다. 오스텔리츠 광장 근처에서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았으나 평일 낮-오늘의메뉴가 괜찮은듯-인데도 예약이 꽉 차서 자리가 없다 한다. 휴가 시즌이나 성수기가 아닌 가을인데도 이런 상황이니, 인기 있거나 가성비 좋은 식당은 예약 필수인 듯하다. 다른 거리로 움직여서 평점 좋은 레스토랑 실외에 앉았다. 처음엔 실외 자리의 왼쪽에 앉았다가 곧 레스토랑 출입문과 가까운 맨오른편 좌석-사진엔 안 나오는-으로 옮겼다. 식당 바깥 작은 칠판에 오늘의 메뉴-Plat du jour-인 듯한 이름이 쓰여있기에 그걸 주문하자, 완전 처음 보는 비주얼의 음식이 나왔다. 알고보니 이곳은 놀랍게(?)도 레바논 레스토랑이었고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은 레바논식 또는 아라비아식 식..
10월 9일 (월) 1 : 스트라스부르 알자스박물관 컨디션이 나쁜 것도 아닌데 웬일인지 6시도 안되어 눈이 떠졌다. 아침 7시, 카톡엔 지난 5월 함께 유럽여행을 했던 친구의 부친상을 알리는 부고 문자가 들어와 있다.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 그리고 이번까지,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절친한 선후배나 친구가 상례를 치른다. 이제 우리 나이가, 부모님이 언제 귀천하시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중장년이 된 것이다. 야채볶음밥을 먹고, 마지막 남은 커피캡슐을 커피머신에 넣은 후 푸딩과 초코무스도 식탁에 올렸다. 비어있는 커피캡슐통은 오늘이 스트라스부르 여행의 마지막 날임을 알려준다. 오전 9시 40분, 숙소를 나섰다. ile섬 옆, 일강에 초근접한 Musée alsacien 알자스박물관으로 입장한 시각은 10시. 문 열자마자 들어간 셈이다. 입장권 구입 후 선택 가능한..
10월 8일 (일) : 우리가 그린 도시 몽실몽실한 구름이 하늘을 장식하는 아침이다. 어쩌면 이리도 그린 듯 예쁠까. 오늘 작정한 곳은 소소한 한두 군데. 그저 마음 닿는 대로 기분 닿는 대로 다녀볼까 한다. 8시반, 카레에 올리브와 깍두기를 챙기고 커피와 레몬타르트와 요거트까지, 아침부터 아주 잘 먹고 다니는 여행이다. 10시 20분, 움직이기엔 아직 이른 시간일까. 정말 사방이 조용한 일요일 오전이다. 이상 기온에 휘청이던 나뭇잎은 이제야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고 일강의 백조들은 고요함을 즐기며 노닐고 있다. 시민들 또는 여행객들은 강가 벤치에서 옅은 햇살을 받으며 가을날의 평온을 만끽하고 있다. 소소한 오전 일정은 La maison égyptienne-이집티안하우스-이다. 구시가에서 일강 너머 북쪽으로 향하면 특색 있는 거리가 나오는데, 그..
10월 7일 (토) : 스트라스부르의 초상 밤에 시작해서 새벽까지 이어진 불금의 소란은 엄청났다. 술집 노천좌석과 골목길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또 지속적으로 내뱉는 소음은 상상 이상이었다. 중심가 숙소 바로 옆 건물 0층에 술집이 있다는 것은 소리-음성이든 음향이든-에 예민한 이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어제 저녁부터 주방등 2개 중 하나가 접촉불량인지 켜지다말다 하더니 다행히 아침엔 제대로 점등된다. 뇨끼와 숙주나물을 한껏 넣은 라면은 우리의 아침식사가 돼 주었고 푸딩과 쿠키와 커피는 열량 높은 후식이 되어주었다. 서늘하고 맑은 아침, 토요일에는 오전만 개방되는 Cave 와인 저장고로 향한다. 불금 소음에 좀 시달리긴 했어도 숙소 크기와 위치는 누가 뭐래도 최고다. 스트라스부르 어디든 몽땅 도보 범주니까. 프티트프랑스를 지나고 일강을 건너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