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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수) : 스타니슬라스 광장과 원조 마카롱 여행이 시작된지 1주일이 지나니 신체 리듬이 독일과 프랑스에 잘 맞춰진다. 냉이된장찌개 파우치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숙소에 준비된 커피캡슐을 머신에 넣어 커피도 내렸다. 9시반, 새로운 도시에 왔으니 Nancy 낭시를 훑어볼 시간이다. 밝은 베이지색이라 해야 할까, 아님 베이지에 연살구빛이 아주 살짝 혼합되었다 해야 할까. 예쁜 건물들의 밝고 화사한 색상이 눈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따스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다. 숙소 근처 고딕양식의 생떼브르성당은 문을 열지 않았는데, 이후 오가며 매일 살펴봤으나 평일엔 늘 굳게 닫혀 있었다. 숙소에서 2-3분만 걸으면 감탄사가 절로 터지는, 카리에르 광장이 나타난다. 긴 광장의 남쪽과 북쪽엔 화려한 황금빛 출입문이 있고, 광장 좌우에는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한층 정..
9월 26일 (화) : 로마제국의 자취, 트리어 코헴을 떠나는 아침이다. 인구 6천 명밖에 안되는 이 작은 마을에서 6박을 하고 떠나는데도 아쉽다. 6시반 아침식사를 하고 마지막 남은 쓰레기를 다 버린 후 8시 40분 체크아웃을 했다. 코헴역으로 가는 365번 버스 안, 어제 오후에도 만났던 여자기사가 떠나는 우릴 친절히 배웅해 준다. 다음 여행지인 낭시로 바로 이동하지 않고, 트리어를 거쳐가는 계획으로 인해 오늘 일정은 약간 복잡하다. 트리어에 들르고 룩셈부르크에선 예매한 티켓을 찾아야 하며, 프랑스 메스에서 환승해 목적지인 낭시까지 간다. 우선 코헴역 창구에서 트리어를 경유하여 룩셈부르크까지 갈 수 있는 Rheinland Pfalz Ticket+Lux 랜더티켓을 구입했다. 이 티켓으로 IC, ICE를 제외한 라인란트팔츠 지역의 대중교통을 하루동안 ..
9월 25일 (월) : 엘츠성을 찾아서 8시간 이상 숙면을 취한 즐거운 아침. 서울에서 작은녀석-강아지-를 돌보느라 고군분투 중인 아들과 톡을 한 후 조식으로 무려 라면을 먹었다. 행선지인 Eltz성에 가기 위해, 8시 56분에 떠나는 유쾌한 시골버스를 타고 구시가 버스정류장인 Endertplatz에 내렸다. 기차역이 아닌 엔데어트플라츠에 내린 이유는 평 좋은 빵집이자 카페인 Lutz에서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엔데어트플라츠에 내려서 북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Lutz가 있고 거기서 북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면 기차역이다. Cafe Crema를 주문하고 베이컨치즈빵을 하나 추가하여 쟁반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여기 참 괜찮다. 커피와 빵이 모두 맛있고 내부가 깔끔하며 분위기도 아주 좋다. 모젤강에만 안개가 짙은 줄 알았는데 코헴 기차역 산등성..
9월 24일 (일) : 코헴의 휴일 코헴의 새벽은 여전히 육신을 흔들지만 조금씩 시차에 익숙해지고 있다. 7시가 되자 바깥이 밝아오고 일요일인 오늘 코헴 기온은 최저 7도, 최고 18도로 예보되어 있다. 아침식사 후까지도 산구름이 집 앞까지 덮여있었으나 어느 새 하늘은 본래의 청명한 빛을 되찾았다. 무심히 숙소 베란다에 앉아 나지막한 산을 바라보거나 가볍게 동네 산책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 휴일이다. 휴일이라 구름도 하늘도 느리게 움직였나. 우리도 아주 느리게 움직이기로 했다. 넷플릭스로 2016년에 방영된 '미녀 공심이'란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남편 옆에 앉았다. 어디선가 접해본 줄거리는 신선하진 않지만, 연기 발성 바닥인 여주인공을 이끄는 남주인공-남궁민-의 캐릭터가 흥미롭다. 그리고 묘하게 어울리는 여주인공의 가발. 이 가발이 없다면 ..
9월 23일 (토) : Deutsches Eck에서 오늘도 어제처럼 새벽에 깼다가 다시 눈붙인 후, 움직이기 딱 좋은 시각에 일어났다. 젊을 땐 3-4일이면 시차 적응이 되더니 이제는 꼭 1주일을 채워야 신체 리듬이 제자리를 찾는다. 아침 장작 타는 내음이 아련한 독일 시골에서 상추와 쌈장 그리고 계란 푼 북엇국까지, 든든히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토요일인 오늘 행선지는 코블렌츠. 사흘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코헴으로 올 때 기차를 환승했던 곳이다. 여행 전, 계획을 짤 때 당일치기 여행지 후보였으나 도이치에크 말고는 끌리는 것이 없었기에 갈 생각을 접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에겐 게스트티켓이 있고 티켓을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니 도이치에크만 볼 마음으로 가보기로 했다. 서늘한 아침, 8시 56분에 출발하는 버스로 코헴 기차역에 도착했고, 9시 ..
9월 22일 (금) : 모젤강의 유람선 새벽에 1-2시간을 뒤척이다 다시 잠든 후 일어나니 딱 이상적인 기상 시각. 아침 8시, 카레와 밑반찬들로 식사를 한 다음, 커피에 쿠키와 포도까지 곁들이니 모든 것이 완벽한 아침이다. 퇴직한 전직장 담당자로부터 2022년 1,2월분 건강보험료의 정산 추가금이 부과되었다는 메시지가 들어와 있기에 바로 송금한 후 환전 관계로 트래블월렛 카드의 주계좌인 인터넷은행 앱에 들어가려 하니 해외 접속에 제약이 있는지 원활하지 않다. 트래블월렛에, 25년간 거래한 단골 은행의 연결 계좌를 추가하고 주계좌로 변경하고 나서야 추가 환전 준비 완료다. 9시 40분, 어제 버스에서 하차한 정류장보다 숙소에서 훨씬 가까운 Krankenhaus-종합병원-정류장으로 향했다. 남편이 버스노선과 구글맵을 통해 짐작한 곳에 정류장이 ..
9월 21일 (목) : 우리가 코헴에 온 이유 여행 3일째 새벽, 산이 감싸고 있는 시골이라 그런지 춥다. 이직 어두웠으나 배가 고팠기에 감자를 삶았다. 서울에선 감자를 찌거나 삶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남의 나라만 오면 이러니 참 모를 일이다. 맑고 서늘한 아침, 오늘의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기온이 어제보다 낮은 21도이고 소나기도 예보돼 있다. 구름이 동네 허공에 걸려있는 아침 6시반, 간단한 한식으로 식사를 한 후 코헴 및 주변 도시 여정을 의논했다. 8시 50분, 드디어 코헴 구시가로 간다. 얕은 언덕에 있는 숙소에서부터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구시가 옆 산마루에 자리한 코헴성이 그럼처럼, 정말 그림처럼 나타난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 남아있는 귀족이나 중세 영주의 성들은 민가에서 떨어져 요새화된 곳이 많은데, 여긴 아니다. 구시가 한가운데, 포도..
9월 20일 (수) : Cochem 가는 길 눈을 뜨니 5시가 넘었고 남편은 이미 잠에서 깨어있다. 어젯밤에 느껴지던 다리 후들거림 증상은 거짓말처럼 사라졌으니 프이코 탑승은 이코노미보다 역시 회복이 훨씬 빠르다. 구름 많은 오전 7시반, 호텔을 나섰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금융의 중심 도시지만 여행지로서는 매력이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여행객들이 프랑크푸르트를 찾는 이유는 주변 도시를 여행하기 위해서나 직항 항공의 출발 도착지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리도 후자의 이유로 이곳에 왔고 오늘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예정인데, 이 도시를 떠나기 전 할 일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유로타워 앞의 거대한 유로화 조형물을 만나러 간다. 호텔에서 유로타워 오가는 길은 멀지 않았으나 꽤 음험하다. 날씨까지 흐리니 더욱더.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유로타워 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