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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금) : 알자스 마을, 오베르네 아침 7시, 숙소 앞 거리에 청소차가 지나가고 거실 창 밖 외벽 가로등은 여전히 밝다. 버섯과 호박, 계란과 김치만두를 듬뿍 넣은 잔치국수로 속을 탄탄히 한 후 커피와 달디단 초코칩쿠키까지 채우면 준비 완료. 오늘은 스트라스부르 근교 오베르네로 간다. 흐린 스트라스부르 하늘, 목적지 없는 사람처럼 천천히 움직여 9시 50분, 버스정류장에 이르렀다. 버스 출발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기에 티켓 판매소에 들어가 매우 친절한 흑인여직원에게 버스 티켓-버스기사에게 구입가능-을 구입했다. 기점이자 종점인 넓은 버스정류장 앞에 큰 쇼핑몰이 있는데, 빵집과 패스트푸드점과 마트 등이 입점된 0층만 살짝 둘러보았다. 10시 20분, 오베르네 가는 257번 버스가 출발한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남서쪽으로 26km 거리에 위치한 ..
10월 5일 (목) : 일강 따라 거닐기 우리 숙소에는 침실과 거실에 침대와 소파베드가 있는데, 숙소의 거실 창문 외벽엔 조도 높은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침실 커튼과는 달리 거실 블라인드는 그 불빛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빛에 예민한 경우 거실 소파베드에서 잠을 청하는 건 어려울 듯하다. 위치와 가성비는 더할나위없이 탁월하지만, 디테일한 면에서 좀 부족한 아파트다. 아침 8시에 들여놓는 된장찌개와 에그스크램블은 매우 탁월하다. 돌려놓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빨래건조대에 잘 널어두고 9시 40분, 스트라부르 탐색에 나선다. 오늘 오전 일정은 특별히 정해놓은 것이 없으니 마음 가는 대로 그저 가기만 된다. 첫 발길은 스트라스부르대성당. 어제 오후와는 달리 한적한 성당 뒤편에 한국어를 장착한 꼬마기차가 잠시 정차 중이다. 길..
10월 4일 (수) : 염원과 열망, 스트라스부르대성당 어젯밤 일찍 잠을 청한 덕분에 아침을 빨리 열었다. 6시, 거리에서 들리는 청소차 소리에 창문을 여니 전동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된장찌개로 아침식사를 한 후 딱 두 개 비치된-혹은 남아있는- 커피캡슐을 커피머신에 넣었다. 9시 20분, 스트라스부르 거리로 나선다. 식당들은 아직 오픈 전이고 구시가 한복판인 숙소 앞 골목길엔 식료품 배송 차량이 그득하다. 숙소에서 몇 걸음만 움직이면 스트라스부르의 핵심 관광지이자 랜드마크인 프티트 프랑스 Petite France. 프티트프랑스의 운하와 유람선 그리고 목골 가옥들을 보면서 9년 전 기억을 떠올려 본다. 프티트 프랑스는 16세기 개신교 탄압을 피해 이주한 프랑스 사람들이 모여 산 곳이라 '작은 프랑스'라 불렸다고 한다. 스트라스부르가 포함된 ..
10월 3일 (화) : 9년 만의 스트라스부르 숙면 중 난데없이 사이렌이 울렸다. 새벽 4시다. 한 차례 잠깐도 아니고 여러 번 사이렌이 계속 울려서 협탁의 스탠드 스위치를 눌렀으나 점등되지 않는다. 남편 쪽 스탠드도 안 켜질 뿐 아니라 내내 잘 되던 와이파이도 먹통이다. 전기와 통신이 함께 차단되었나 보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사이렌도, 전기와 통신도 모두 원상으로 돌아왔다. 새벽에 잠을 설쳤으나 기상 시각은 7시반이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이곳을 떠날 준비를 마치고 나니 9시반이다. 낭시를 떠나는 날, 마지막 아침 산책을 한다. 10월초인데 날이 아주 따뜻하고 불어오는 바람도 서늘하지 않다. 매일 걷던 카리에르 광장에 작별인사를 하고 낭시를 찾은 명분을 내밀어준 스타니슬라스 광장에도 손을 흔들었다. 날마다 맑은 일기를 마련해 ..
10월 2일 (월) : 낭시의 아르누보 10월이고 남프랑스도 아닌데, 최고기온이 무려 27도로 예보돼있는 날이다. 청명하고 상쾌한 월요일 아침, 평소보다 훨씬 이른 8시 10분에 숙소를 나선다. 프랑스 지도의 동쪽에 자리한 낭시는 Art Nouveau 아르누보 건축물이 많은 도시라고 한다. 새로운 예술이란 뜻을 지닌 아르누보-독일어권에서는 유겐트슈틸-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유행한 양식으로, 자연의 아름다운 곡선을 모티브로 삼아 장식적이고 탐미적이다. 먼저 찾은 곳은 20세기초에 건립한 옛 곡물창고 건물로, 멀리서도 색감과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온다. 곡물창고 근처의 상공회의소도 대표적인 아르누보 건축물이다. 이곳도 곡물창고 앞처럼 도로 공사 중이라 소란스럽고 어수선하다. 전체적으로 우아하고 개성적인 맵시를 지닌 이 건..
10월 1일 (일) : 일요일이 준 선물 음, 놀다보니 10월 첫날이 되었다. 7시반, 거의 그렇듯 아침식사는 한식. 스크램블과 오이무침, 김자반과 멸치볶음까지 차려놓으니 성찬이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이른 8시 50분, 길을 나섰다. 스타니슬라스광장을 가로질러 낭시 아쿠아리움으로 입장 오픈런을 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환상적으로 맑은 날, 9시 살짝 넘어 도착한 아쿠아리움엔 직원만 있을 뿐 관람객이 거의 없다. 건물 1층은 아쿠아리움이라는 이름처럼 수족관이다. 작은 수족관엔 어여쁜 어류를 비롯해서 자그마한 갑각류들이 살고 있다. 이른 시각이라 꼬마손님을 포함한 두어 명의 관람객만 있을 뿐 조용하고 평온해서 천천히 둘러보기 딱 좋다. 2층으로 올라가니 갑자기 박제한 동물들이 출현한다. 덩치 큰 녀석들도 많아서 깜짝 놀랐는데, 거대한 바다코..
9월 30일 (토) : 뜻밖의 낭시미술관 낭시 숙소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고 구시가에 자리해서 접근성이 좋으며, 내부가 밝고 깔끔하며 식기와 소모품이 잘 갖춰져 있고 세탁기까지 있다. 위치나 시설에 비해 숙박비가 저렴한 대신 10평 정도의 작은 크기이고 무엇보다 침실 침대가 딱 더블-가로폭140cm-이라 좁다. 서울에선 두 슈퍼싱글을 붙여 넉넉히 사용하기 때문에, 낭시에 온 지 며칠 지났으나 좁은 침대에 대한 적응이 쉽지 않다. 좁은 침대에서 뒤척이다 7시반에 일어나 짜장과 오이무침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몸은 약간 찌뿌둥하지만 날씨도 쾌청하고 위장도 어제 저녁보다 훨씬 쾌청해졌다. 카라바조를 기품 있게 만나려면 낭시 미술관에 오프런을 해야 했기에 9시 55분, 기분좋게 숙소를 나섰다. 10시에 입장한 미술관은 아주 한적했다. ..
9월 29일 (금) : 메스, 그곳에 가면 7시, 알람이 울리고 어제처럼 맑은 아침이다. 북엇국으로 속을 그득히 채우고 9시 10분, 거리를 천천히 즐기며 낭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여행 시작 전에 미리 예매해 둔 메스 왕복 기차-프랑스 지역열차 TER는 출발일 30일에서 1주일 전까지 할인율이 매우 높음- 는 9시 50분 정시에 낭시를 출발했다. 열차가 출발한지 15분 후, 여자 검표원이 나타났는데 혼자가 아니라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2명과 같이 등장했다. 검표하는 역무원이 다른 직원을 대동하고 다니는 건 여행해 본 유럽 도시에선 한 번도 못본 상황인데, 조금 후엔 보안요원 1명이 더 와서 다른 보안요원들과 함께 한참동안 대기하다가 다른 칸으로 이동한다. 낭시를 떠난 자 40분 후, 프랑스 메스 Metz다. 맑은 낭시를 떠나왔으나 메스에 도착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