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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1 홍콩

8. 13 (토) 후 : 타임스퀘어의 시간

홍콩 타임스퀘어의 10층엔 '슈퍼스타 씨푸드 K' (鴻星 : 홍성)라는 식당이 있다.

꽤 알려진 식당이라는데, 주말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많이 기다리지 않고 자리로 안내되었다.

아주 큰 실내엔 자리마다 이미 사람들이 가득하고 소란함도 역시 가득하다.

 

종업원이 전해준 메뉴판을 살펴봐도 두세 개만 알 수 있을 뿐 음식 메뉴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중국어와 영어가 병기되어있었으나 얼른 감이 오지 않았고,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딤섬 몇 가지와 누들을 주문했다.

환상적으로 맛있는 하가우. 그러나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딤섬도 있었으니 돼지 위와 함께 나온  딤섬이었다.

먹성 좋은 두 남자도 참을 수 없었던 그 맛도전 정신. 이 희박한 나는 물론 그 맛에 내 입을 할애하지 않았다.

 

1시간여의 식사를 마치고 둘러보는 타임스퀘어는 쾌적했다.

주말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고 물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눈요기만 해도 즐거웠다.

가전 제품 코너의 텔레비전에선 소녀시대 노래가 화면과 함께 흘러나온다. 역시 대단한 인기다.

 

침사추이나 센트럴에서도 눈에 띄었던 명품샵이 타임스퀘어 곳곳에도 자리해 있다.

줄까지 서서 기다려 입장하려는 성의가 대단해보인다.

구매 의사가 전혀 없는 우리는 매장 밖에서 슬쩍 보고는 그 앞을 얼른 지나쳐 버린다.

혹시 내가 하나 사 내라고 할까봐 곁에서 긴장한 누군가도 있었으려나~

 

타임스퀘어 지하의 시티슈퍼에서 빵을 사고, 허니문 디저트에서 망고주스와 망고 팬케이크도 구입했다.

망고주스는 허유산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홍콩에 널려있다는 그 '허유산'이 왜 내 눈엔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

허니문 디저트의 망고주스도 아주 시원하고 맛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당연히 지하철을 탄다. 홍콩 지하철은 홍콩적이면서도 또 한국적이다.

승강장에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있고, 객차에선 서울과 다를바 없는 내음이 나니까.

특별할 것 없는 홍콩의 지하철을 귀가길에 서슴없이 이용해야 할 이유는 완차이 호텔까지는 한 정거장밖에 안 됐고,

트램과는 달리 매우 시원했으며 또한 홍콩 지하철을 타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망고 팬케이크
육포와 어포

홍콩의 실내는 모두 시원하다.

견디지 못할 바깥의 고온다습을 보상이라도 하듯 실내는 추울만큼 서늘하다.

호텔도 마찬가지,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가장 사랑해마지 않는 공간이 바로 이 자그마한 호텔 객실이었다.

호텔에만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하는 우리, 객실에서 컵라면과 햇반, 빵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뒹굴거려본다.

 

저녁 8시, 홍콩여행의 마지막 밤을 위해 호텔 BAR로 내려갔다. 

그러나 텅 비어 싸늘한 분위기만 풍겨내는 BAR 대신 선택한 것은 세븐일레븐의 하이네켄이다.

저녁 홍콩 텔레비전에선 우리나라 드라마 '이산'이 중국어 더빙을 입혀 방송되고 있고, 완차이의 밤은 무더위를 내려놓은 채

토요일의 평화를 불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