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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1 홍콩

에필로그 1 : 아쉬움 속에서

홍콩 스타의 거리, 주윤발 명판

2010년 겨울, 일본 오사카에 가려 했었다.

일본여행 카페에 가입하여 항공편을 알아보고 호텔도 찜해놓고 여정도 세웠는데,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 갈 수 없게 되었다.

 

2011년 긴 여행은 불가능했고, 

2011년 여름에 선택할 수 있는 여행지는 많지 않았다.

 

사실, 아시아에선 가고 싶은 곳이 별로 없었다.

동남아시아나 인도, 중국도 다 내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찾은 것이 홍콩이었는데, 홍콩은 중국에 속해 있지만

10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았기에 유럽 분위기도 있을 것 같았고,

더불어 포르투갈령이었던 마카오까지 가본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여름에 심히 고온다습하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도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고온다습이 아닌가.

약간의 각오를 하고 새로운 아시아를 향해 날아간 홍콩~

 

하지만 '고온 초다습'은 여행 내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

가고자 했던 유적들이나 몽콕 야시장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거리에서 5분만 걸어도, 땀돌이인 두 남자들의 얼굴에선

빗물 같은 땀이 뚝뚝 떨어졌다.

 

결국 여름의 홍콩에서 가장 좋은 여행 장소는

호텔 객실과 실내 쇼핑몰이었다.  

 

피서를 떠난 여름 여행은 아니었지만

서울보다 더 악한 기후에서 고생하다보니 여름의 홍콩은 고개가 저어진다.

 

그래도 홍콩을 떠나는 날 아침, 눈 뜨자마자 스친 생각은 '아쉬움'이었다.

새로운 곳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아쉬움,

계획한 것보다 여행지를 소홀히 대했다는 아쉬움,

유럽을 보는 시각으로 홍콩과 마카오를 읽으려 했다는 아쉬움.

 

그래도 어디론가를 향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아쉬움과 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거리를 만나고 새로운 역사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