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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후쿠오카

1. 17 (일) 전 : 다자이후의 빗방울

텐진역 11번 출구 근처 도토루

7시 반에 올려다 본 아침 하늘은 어제와는 달리 잔뜩 흐려있다.

어제처럼 오늘 역시나 세수하고 샤워하는 수질이 서울과는 많이 다르다.

몸에 있는 유분과 수분을 몽땅 빼앗아가는 물, 푸석거리듯 메마름을 느끼게 하는 물이다.

 

암튼 어제 호텔 조식이 특별히 괜찮지 않았기에 오늘 조식은 호텔 아닌 다른 곳에서 간단하게 먹기로 했다.

텐진역 지하 보도 쪽 입구에서 가까운 롯데리아 앞을 서성이다 어제 보았던 도토루의 아침 메뉴를 선택했다.

 

메뉴를 고르고 계산을 하면 커피는 즉석에서 내려주고 샌드위치는 곧 직원이 가져다준다.

일요일 아침인데도 도토루 내부엔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샌드위치도 맛있었지만 역시 도토루는 커피가 최고다. 지금은 철수했지만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던 커피브랜드.

 

다시 호텔로 향하는 텐진역 지하보도의 벽면엔 후쿠오카 지하철 예절 만화 공모전의 수상작이 전시되어 있다.

중고등학생들의 그림 형태가 어디서 본 듯 익숙하다 했는데,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림들을 천천히 감상하며 아크로스 후쿠오카 근처에 갔을 무렵, 사진을 찍는 먼 앵글에 갑자기 한 남자가 잡혔다.

20대로 보이는 그 남자, 내게 오더니 자기가 내 카메라에 찍힌 것 같다고 하길래 난 널 찍으려 했던 게 아니거든 하고

속으로 말하며 삭제를 몸소 실행했더니 고맙다는 말을 던지고는 가던 길을 간다.

 

호텔로 돌아가 제대로 출발 준비를 한 후, 이번엔 니시테츠 텐진역으로 향한다.

여전히 흐린 아침, 오늘은 후쿠오카에서 아주 가까운 소도시인 다자이후에 가는 날이다.

후쿠오카 여행 계획을 세우던 처음엔 유후인 행이 당연했는데, 낮이 짧은 겨울에 기차건 버스건 왕복 5시간은 무리라는 생각이었고,

그러다보니 유후인보다 가까우면서도 일본 전통 거리 모습이 남아있는 후쿠오카 근교 도시로는 다자이후가 딱이었다.

 

니시테츠 텐진 역
니시테츠 텐진 역
후쿠오카 투어리스트 시티패스 다자이후

니시테츠 텐진 역으로 간 우리는 우선 '후쿠오카 투어리스트 시티패스 다자이후' 2매를 구입했다.

여권을 요구한 직원은 패스에 직접 오늘 날짜까지 동전으로 긁어주는 친절함을 발휘해 준다. 감사~

이 교통 패스는 다자이후 왕복 전철은 물론 후쿠오카 시내의 버스와 지하철을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교통권이다.

 

오전 10시. 그 시각엔 다자이후 직행 열차가 없었기에 3번 승차장에서 오무(大牟田)선을 탔다.

15분쯤 지나 후츠카이치(二日市)역에서 내린 후 다자이후(太宰府)행으로 환승하여 5분이면 도착 완료다.

니시테츠 텐진역에서 열차를 타자마자 다자이후 가는 열냐고 우리에게 물어보는 동남아인 부부.

음, 가다가 후츠카이치에서 갈아타면 돼, 그리고 얘는 특급열차라 중간 정차역이 몇 개 없으니 보통열차보다 빠르겠지.

 

다자이후 역
다자이후 관광안내소

다자이후는 후쿠오카시의 남동쪽 약 16㎞ 지점에 위치해 있는 소도시다.

특히 다자이후 텐만구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를 받드는 텐만구의 총본산으로, 일본의 신사 중 규모가

크고 웅장하며, 입시철마다 합격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다자이후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한 일은 관광안내소에서 한글지도 받기다.

후쿠오카처럼 다자이후 역시 한글이 만만치 않게 많이 널려있겠지만, 친절하게도 한글지도가 있다니 당연 접수해야 하는 것.

 

다자이후
다자이후
스시에이

다자이후 역에서 다자이후 텐만구로 향하는 거리엔 일본 분위기가 흐른다.

여행지 거리에서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취가 느껴질 때, 여행의 설렘과 기쁨은 배가 되는 것.

그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우린 제일 먼저 다자이후의 스시 식당인 '스시에이'로 향한다.

가벼운 아침을 이른 점심으로 상쇄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기에, 또 이곳이 인기있는 식당이라고 들었기에 오픈시각

맞추는 것이 오히려 기다림이 짧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 판단은 옳았다. 식사 후 식당 앞엔 줄이 길었으니까.

 

스시에이

11시가 조금 못 되어 1등으로 식당 안에 입장한 우리.

1,300엔 점심 메뉴엔 스시는 물론 계란찜과 국, 커피까지 코스로 준비되어 있었는데, 부드러운 스시도 괜찮았지만

부드러운 계란찜은 완전무결하게 환상적인 맛이었다.

 

다자이후
다자이후
다자이후 텐만구

민생고를 완벽하게 해결했으니 이젠 빗방울 떨어지는 다자이후 텐만구로 걸어가 본다.

일요일이라 엄청나게 많은 인파, 그 인파 속엔 대학합격을 기원하는 일본인들과 여행 온 한국인들이 뒤섞여 있다.

특히 사방에서 여과없이 들리는 경남 사투리는 순간 여기가 부산인가 싶을 정도였다.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진 쾌속선으로 2~3시간밖에 안 걸린다더니 경남 여행객은 캐널시티와 다자이후는 물론 모모치해변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다자이후 텐만구
다자이후 텐만구
다자이후 텐만구

소원하고 기원하는 사람들, 세상에는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이 참 많다.

텐만구 두어곳에 있는 이 소-얽힌 설화도 있음-의 머리를 만지면 그 사람의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이제 와서 좋아져봤자 별 쓸 데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도 남편도 소의 머리에손을 대며 활짝 웃어본다.

머리가 좋아지는 건 몰라도 기분은 좋아지게 하는 소다.

 

다자이후

텐만구를 한 바퀴 둘러본 우리는 기념품점 여러 곳을 기웃거리다가 다자이후에서 유명하다는 모찌를 먹어보기로 했다.

다자이후 거리엔 수십 개의 모찌 가게가 있었지만, 맛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우리는 일단 1개만 구입해서 나눠 먹어보았는데,

우리 입맛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맛이었다.

오후로 접어든 다자이후 거리엔 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