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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후쿠오카

1. 17 (일) 후 : 모모치해변 그리고 텐동

텐진 버스정류장

다자이후 산책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후쿠오카 텐진,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늘 남은 시간은 알차게 써야 했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버스-아마도 305번-를 타고 예정대로 모모치 해변과 후쿠오카 타워로 향한다.

지도상으론 멀지 않아보였는데, 텐진에서 모모치 해변 앞까지 20분 이상 소요된 듯했다,

 

후쿠오카 타워
후쿠오카 타워

쏟아지는 빗줄기 덕에 후쿠오카 타워 전체를 카메라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흐린 날씨를 조망하기 위해 타워라기보다는 건물 같았던 폭삭 젖은 후쿠오카 타워에 올라갈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타워 출입구 주변의 실내 기념품점엔 후쿠오카 타워 모형조차 없었던 허망함이라니.

 

후쿠오카 타워
후쿠오카 타워

모모치 해변의 전망 좋은 리조트는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지 일반인은 출입금지였다.

겨울이라 그런지 늘 그러한 것인지, 분위기 잡을 우린 아니지만, 차 한 잔 마실 쓸만한 카페도 보이지 않았다.

계절 탓인지 무언가 한없이 허전하고 심심한 해변-인공해변이라던가-이다.

해변 끝 저 멀리엔 후쿠오카 돔구장이 있어 그나마 위안 삼아본다.

 

모모치 해변의 리조트
모모치 해변
모모치 해변

후쿠오카 타워를 떠나 이번엔 하카타로 향한다.

후쿠오카 중심 기차역이 있는 하카타엘 예정에 없이 잠시 가보기로 한다.

외제차가 아주 드문, 비 내리는 거리엔 택시도 버스도 천천히 움직이고, 버스기사도 택시기사도 모두 단정한 제복 차림이다.

 

하카타 역
하카타 역

하카타에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온 건 아니었기에 가장 먼저 우리 눈에 띈 한큐백화점에 들어가 본다.

텐진 파르코백화점이나 하카타 한큐백화점나 서울의 L백화점이나 H백화점이나 그게 그거~

그런데 이번 여행에선 왜 캐릭터샵이 눈이 안 띄는지 모르겠다.

3년 전의 오사카 여행처럼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현장에서 열심히 찾지도 않아서 그런가.

 

텐야
텐야

하카타를 수박겉핥고 다시 텐진이다.

오무라이스를 먹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겨울의 이른 어둠 속에서 그곳을 찾는 것이 엄두 나지 않아, 어제 들렀던 스시잔마이

옆 텐동 식당인 '텐야'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보니 텐진 미나미엔 스시잔마이와 텐야 그리고 우동집인 웨스트까지 나란히

한 곳에 모여있다.

 

텐동식당 텐야
텐동식당 텐야
텐동식당 텐야

이른 점심을 먹은지라 배가 많이 고팠다.

먼저 주문한 기린생맥주가 정말 시원하게 맛있는 걸 보니 오늘 술은 그야말로 술술이다.

곧이어 나온 새우야채텐동(튀김덮밥)은 물론 추가 주문한 튀김까지 깔끔하게 맛있다.

깨끗한 기름을 사용하는지 튀김 색깔도 맑았고 추가로 두번이나 튀김을 주문해 먹었음에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게다가 하얀 위생복을 입은 친절한 직원들의 모습은 신뢰 그 자체였다.

 

나카스가와바타 역엔 한국인이 사랑해마지 않는, 모든 것을 다 파는 '돈키호테'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 어수선함에 적응 못해 선호하지 않는 돈키호테지만,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여러 곳을 가 보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치로루초코'를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대할 곳은 돈키호테밖에 없었기에, 텐야를 나와 호텔로 바로 가지 않고 나카스가와바타 역으로 움직였다.

 

나카스가와바타 역
나카스역에서 호텔로 가는 길

눈 앞에 있는 걸 못 보고 빙빙 돌긴 했지만, 드디어 돈키호테에서 녹차맛 치로루초코를 잡는데 성공~

그리고는 나카스역에서 호텔-텐진과 나카스 중간지점으로 알고 있었음-까지 그냥 한 번 걸어가볼까 하는데, 세상에나,

돈키호테 앞에 바로 나카스 강이 있고, 폭 좁은 강의 다리를 건너니 믿을 수 없게도 바로 호텔이다.

호텔이 텐진역보다 나카스역에서 더 가깝다니, 그걸 떠나기 전날인 오늘 저녁에야 알게 되다니 이런이런.

 

남편 핸드폰의 앱이 오늘 우리가 16,000보, 무려 12km를 걸었음을 알려준다.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여 전철 타고 버스 타고 했음에도, 여행지에서의 도보는 평상시의 다섯배, 열배다.

많이 걸어 몸이 건강해지고, 즐겁게 즐겨 정신이 건강해지는 여행이라는 존재, 참 기특하다.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