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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6 후쿠오카

1. 18 (월) : 짧은 여행의 끝

어젯밤 1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고 오늘 아침의 알람은 6시였지만, 새벽 4시 무렵부터 계속 뒤척였다.

아침 9시 25분 출발 항공기 시각에 늦을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3년전 오사카 여행에 비하면 양반이구만, 그땐 아마 7시 50분 출발이었지.

 

더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우리는 6시반 경 체크아웃을 한 후 나카스가와바타 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빗방울은 계속 떨어졌고, 이른 시각인데도 지하철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공항역에 내려 셔틀버스 이동 후 국제선터미널 진에어 체크인데스크를 찾았으나, 출발 2시간전 오픈이고, 현재시각

7시20분이라 아직 오픈전이란다. 오픈하지도 않은 데스크 옆으로 길게 늘어선 줄은 진에어 대기줄이란다.

그리고 줄 선 진에어 승객들을 대상으로 검색대를 통해 수화물 검색-짐만 1차 검색하는듯-을 하는 요상한 시스템이라니.

 

탑승수속은 금세 끝났고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우린 공항 4층 식당으로 올라갔다.

후쿠오카 공항 규모답게 식당은 세 곳인가밖에 없었고, 아침 메뉴가 준비돼 있는 우동집 '풍월'에 앉았다.

월(후게츠)은 오사카에 있는 오코노미야키 식당인데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이다.

 

3년 전 오사카 공항을 떠날 때도 공항 식당에서 우동을 먹었는데, 후쿠오카 공항 우동 맛이 오사카 공항만은 못했다.

오사카 공항에선 면발도 야채튀김도 정말 끝내줬는데, 여긴 그냥 평범한 맛이다.

특별하지 않은 맛이었지만 국물까지 훌훌 마시고 나니 몸 안이 따뜻해졌다.

 

출국 검색대를 통과하는 남편에게서 또 경보음이 울린다.

이번엔 시계 때문인 것 같긴 한데, 검색대를 지날 때마다 거의 매번 경보음이 울리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나.

작은 공항엔 면세점도 작다. 10여개밖에 안 남은 특정 초콜릿을 싹쓸이하는 한 여인네, 비범한 재주다.

 

흐린 후쿠오카를 출발한 항공기는 잠시 난기류를 만났지만, 곧 맑은 하늘을 맞이했다.

무사히 돌아온 인천공항, 짐을 찾아 셔틀버스를 타고 장기주차장에 내렸는데, 이런이런, 차 키가 없단다.

기억을 떠올려보니 남편에게서 내가 받은 건 분명하고 어딘가에 넣은 것 같긴 한데,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장기주차장 셔틀버스 대기장소의 의자 위에 캐리어를 사정없이 열어두고 두어곳의 파우치를 개봉하니 거기 있다.

여행 막바지에 필름 하나 작동시켜보나 했는데, 너무 쉽게 끝나버렸다.

우린 영화 같이 살 인생은 못 되는 거야, 그러니 그저 열심히 살아야 한다구~

 

월요일, 서울 하늘이 참 맑다. 우리의 삶도 이렇듯 늘 티없이 맑았으면 좋겠다.

만약 가끔, 흐리고 비 쏟는 하늘이 와야 한다면 그 먹구름을 달래는 지혜도 함께 왔으면 좋겠다.

그런 지혜가 있어야만 우리의 소중한 여행도 계속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