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표류/2017 프푸·하이델·콜마·파리

8. 11 (금) 전 : 수련은 오랑주리처럼

서늘한 아침, 서울의 아들녀석과 톡-어제 엄마 방문-을 한 후 아침식사를 차렸다.

바게트와 사과, 샐러드, 올리브, 커피와 우유 등을 탁자 위에 올리니 근사한 프랑스식 petit-déjeuner다.

 

숙소를 나섰다가 핸드폰을 두고 나와서 혼자 아파트엘 다시 들어갔는데, 나오기 직전 혹시나 하고 내일 출발 항공편의

웹체크인을 시도했더니 오호라, 된다.

루프트한자는 출발 23시간 전부터 무료 좌석지정 및 온라인체크인이 가능한데, 그시각까진 몇 시간 남아있지만 모두 가능했다.

구역별로 맨 앞좌석은 앞 공간이 넓기에, 항공기 전체론 뒤쪽이긴 해도 구역에선 맨 앞이라 88열을 찜하고 체크인 완료!

 

콩코드 광장
튈르리 정원
튈르리 정원

9시 반 다시 길을 나선다. 첫 일정은 지하철 1번선 콩코드역 근처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

역사적인 의미를 떠나, 내겐 가장 매력 없는 광장인 콩코드 광장 주변엔 이미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정차해 있다.

광장 옆 튈르리 정원은 12년 전 처음 파리에 왔을 때 한참동안 거닐며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겁게 만끽했던 곳이다.

그 튈르리의 끝에, 센강 사이로 오르세의 대각선에, 오랑주리 미술관이 자리해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어제 오르세에 입장할 때 오르세오랑주리 콤비티켓을 구입했기에 그 입장권을 들고 입구로 들어섰다.

고대 그리스 신전 양식을 본딴 듯한 입구 위로 하늘이 음울하게 흐리다.

오르세처럼 오랑주리 미술관도 입구에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입장할 수 있다.

 

모네의 '수련' 연작
모네의 '수련' 연작

오랑주리 미술관은 6년 동안의 개조공사를 통해 2006년 재개관한 오직 '수련'만을 위한 공간이다.

콘크리트로 덮인 천장을 걷어내고 수련 연작 8점에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도록, 또한 작품의 빛과 색조에 깊이감을 부여할 수

있도록 천장과 벽면에 거대한 창을 냈다. '수련'의 크기와 형태에 맞춰 미술관을 개조하다보니 전시실이 원형이고, 개조비용만

2,800만 유로가 들었다고 한다. 30여년 동안 이 거대한 그림들을 그려낸 모네의 공간에 일본인들의 시선이 뜨겁다.

 

모네의 '수련' 연작
모네의 '수련' 연작
모네의 '수련' 연작

오랑주리 1층 전관에 전시된 모네의 '수련'은 파리 근교 지베르니의 연못을 묘사한 거대한 장식화다.

초기엔 버드나무, 수련, 정원을 주로 표현했고 1900년 이후엔 연꽃 중심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사실 '수련' 작품 자체에 대한 감탄보다는 수십년 동안 대작에 쏟은 화가의 인내심과 고단했을 그의 육체에 경의를 표한다.

 

오랑주리 미술관

오랑주리는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미술관으로, 지하층엔 멋진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계단을 밟아 내려온 지하에도 영롱한 지상의 빛이 환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고전적인 외관과는 달리 군더더기 없는 현대적 인테리어는 회화의 품위와 명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르누아르 '피아노 치는 소녀들'
고갱 '풍경'
세잔 '과일과 냅킨과 우유통'

로댕의 조각상이 있고, 또 르누아르, 마티스, 피카소, 모딜리아니, 고갱 그리고 모네의 작품이 선물처럼 펼쳐져 있다.

특히 르누아르는 '피아노 치는 소녀들'이란 그림을 여럿 그렸는데,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것보다 색감이 밝고 화사하다.

인상주의 작품부터 근대 회화작의 정수가 전시된 오랑주리 지하층은 마치 작은 오르세 같았다.

 

오랑주리 미술관
튈르리 정원
튈르리의 로댕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나온 오랑주리 앞 튈르리엔 개운한 햇살이 로댕의 조각상-복제품-을 비추고 있다.

오랑주리 외관과 튈르리 정원으로 시선을 보내며 길게 뻗은 가로수 아래 벤치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내일이면,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애증의 파리를 떠나는구나. 이제 샹젤리제를 향해 메트로역으로 힘차게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