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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2019 뮌헨·인스브루크·빈

7. 27 (토) 전 : 빈, 잠시 안녕

어젯밤 즐거운 자리에서 과음을 한 남편의 정신은 우주에서 아직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 내내 이어지던 더운 아침과는 달리, 떠나는 오늘은 가을이 온 듯 아주 서늘하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해장한 후 8시 50분, 흐린 하늘 아래 홀로 길을 나선다.

이곳에 머무는 내내 구시가로 이동했던 방법 그대로 한가로이 잠시 1구로 향한다.

어제 낮에 구시가로 가면서 여행 마지막으로 들르는 거라더니, 오늘 틈이 나니 아니 틈을 내어 또, 간다.

내게는 늘 그리운 곳, 볼수록 보고 싶은 곳,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본 듯 친근하고 포근한 곳이 빈의 구시가다.

 

Am Tabor

숙소 앞 Nordbahnstraße에서 5번 트램으로 1정거장, 또 Am Tabor에서 2번 트램으로 15분이면 1구 최중심이다.

비엔나 트램은 아주 천천히 운행하기에 오늘 아침 트램의 이동 거리는 3km쯤 될까. 멀지 않은 거리다. 

오전 9시 조금 넘은 시각. Burgring 앞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엔 부지런한 단체여행객들이 가이드의 부름에 응하고 있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확 선선해지다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린 여행 내내 엄청난 더위에 시달리다가 딱 오늘 떠나는데 너무 심하게 배반하는 거 아니니.

근데, 하늘은 파란빛인 채로 기온만 낮아졌으면 좋으련만, 뿌예진 하늘은 여행자들이 좋아할 날씨가 아니다.

역시 여행지의 하늘은 맑고 푸르러야 최고다. 물론 대기 온도는 정상 범주여야 한다.

지난 주부터 이번 주까지 계속, 요 며칠 동안의 기온은 인내심의 한계를 뛰어넘었으니까.

 

마리아테레지아 광장
미술사 박물관
신왕궁 쪽 입구

오후 2시 15분에 출발하는 항공기를 타야 했기에 Burgring 주변만 잠시 거닐 뿐 더 이상 어디를 갈 수는 없다.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캐리어를 챙기고 남편 정신을 챙겨서 공항으로 가야 하니까 말이다.

 

우선 Burgring 정류장에서 2번 트램을 타야 하려는데 바로 눈앞에서 트램이 휙 지나가 버린다.

주말이라 트램 배차 간격이 길어 오래 기다릴 수 없으니 Karlsplatz역에서 지하철로 Praterstern까지 이동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프라터슈턴 트램 정류장에선 5번 트램을 눈앞에서 또 놓쳐버린 것이다.

이곳은 5번 트램 종점이고 분명 전광판엔 1분 후 출발이었는데 말이다. 오늘 대체 왜 이런 걸까.

트램으로 1정거장-일반 트램정류장 간 거리보다 긺. 700m정도-밖에 안 되니 걸어갈까 하다가 기다려 다음 트램을 탄다.

 

Praterstern에서 출발 대기 중인 5번 트램

10시 45분, 이제 숙소를 완전히 떠나야 하는 시각이다.

짐을 챙겨 5번 트램-숙소 건물 바로 앞이 정류장-을 타고, 공항버스가 출발하는 Schwedenplatz에 도착했다. 

어두운 회색빛 하늘에선 빗방울이 살짝 떨어지고, 멀지 않은 도로에서는 경찰차 사이렌-익숙하지 않은-이 울린다.

공항버스는 11시 30분에 출발했고 정확히 20분 후 빈의 남동쪽에 위치한 빈 슈베하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버스 안에서
2회 탑승 내역이 모두 기재된 탑승권

출발 2시간 반 전에 도착한 빈 공항.

어제 오후 이미 앱으로 체크인을 했고, 빈 공항은 인천공항만큼 이용자가 많지 않기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

 

그런데 KLM은 일반석 체크인카운터는 아직 열어놓지 않고 SKYPRIOPITY 카운터만 오픈해 놓았는데, 승객들이 모두

특히 많은 중국인들이 일반석 카운터 앞이 아닌 PRIOPITY 카운터 앞쪽으로 줄을 서서 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인들이 서 있는 PRIOPITY 카운터 줄 옆쪽의 제일 앞으로 가니, 새치기를 하는 줄 알았는지 중국인들 몇몇이

우리를 향해 성조 가득한 큰 소리로 엄청 따진다. 우리 PRIOPITY라서 여기서 수속해야 한다고 하니 잠잠해진다.

카운터에서 바로 탑승권을 받아 확인하니 세련되게도 탑승권 1장에 탑승할 2번의 내역이 모두 기재되어 있다.

 

빈 공항 라운지

B게이트 쪽에 자리한 라운지로 향했다.

우리는 음식이 다양하지 않더라도 휴식하기에 적합한 공항 라운지를 선호한다.

빈 공항 라운지는 처음인데, 사람이 많지 않고 좌석이 편안해서 아주 쾌적했다. 조용히 쉬기에 아주 좋다.

 

KLM 항공기의 탑승구 앞엔 체크인카운터에서처럼 중국인들이 장사진이다. 

어디서나 시끄러운 대륙인들. 저들도 우리처럼 암스테르담에서 환승하여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예정된 시각을 넘겨 이륙을 한다. 빈, 잠시만 안녕. 알고 있겠지만 곧 또 올 거야.

맨 앞 열에 앉아 연어가 담긴 접시를 받았다. 라운지에서도 이것저것 먹었는데, 점심을 2번이나 먹게 되네.

오호, 배가 고프지 않은 상황인데도 기내식으로 나온 연어 요리가 생각보다 아주 맛있다.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

오후 4시, 암스테르담이다. 기내에서 내려다 본 도시 풍광이 빈과는 사뭇 다르다.

환승을 위해 14년 만에 다시 찾은 암스테르담 공항, 이번엔 도시 산책까지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