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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삶과 사랑 사이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3

2019. 7. WIEN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

 

 

 

산 너머 산.

삶의 계절마다 거대한 산이 버티었다.

 

늪 속을 걸어야만 했던 날들.

위안은 스스로만 줄 수 있었다.

그 후 찾아온 깊디깊은 골짜기.

사면이 산이었다, 오래도록.

모르는 게 약이듯 시간이 약이다.

그렇게 산은 들이 된 듯했다.

그리고 지금.

그저 緣이고 命이라

측은지심으로 欲을 지우면 될 터인데.

생의 늦가을,

어느 것도 물리지 못하는 이 심사.

 

다시는 묻지 말자. 

사라지지 않고 문득 붙들리는 그순간,

상처만 있을 뿐 답안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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