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중-
산 너머 산.
삶의 계절마다 거대한 산이 버티었다.
늪 속을 걸어야만 했던 날들.
위안은 스스로만 줄 수 있었다.
그 후 찾아온 깊디깊은 골짜기.
사면이 산이었다, 오래도록.
모르는 게 약이듯 시간이 약이다.
그렇게 산은 들이 된 듯했다.
그리고 지금.
그저 緣이고 命이라
측은지심으로 欲을 지우면 될 터인데.
생의 늦가을,
어느 것도 물리지 못하는 이 심사.
다시는 묻지 말자.
사라지지 않고 문득 붙들리는 그순간,
상처만 있을 뿐 답안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