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탐사('04~08)/2004 여름 기억

2004. 8. 7. 토 (밀라노 그리고 베니스)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루체른 호텔에서의 부실한 아침을 먹고 7시 40분, 오늘은 더 일찍 움직인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도중 등장한 굉장히 긴 터널.
사각형 형태를 지닌 아고타 터널은 그 길이가 17km로, 통과하는 데만 10여분이나 걸렸는데,
스위스는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대라서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거나 산중턱에 교각을 놓아 도로를 건설한다고 한다.


10시 40분, 이탈리아다.
지금까지 계속 봐왔던 산은 보이지 않고 끝없는 평원만이 이어진다.

이탈리아는 관광의 나라이지만 벗을 수 없는 오명이 있다. 극심한 소매치기. 정신차려서 가방과 지갑을 사수해야겠다.

11시 10분,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였고 거리도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집집마다 베란다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커다란 화분이 자리하고 있고, 방범 및 외부 온도 차단용 철제 셔터가 이색적이다.

거리가 너무 한적해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8월 초라 많은 시민들이 휴가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준다.

 

밀라노에서 먼저 접한 유적은 스포르체스코성이다.
스포르체스코성은 1450년에 지어졌으며, 외벽이 모두 벽돌로 이뤄져있다.

내부엔 넓은 무기 광장이, 성 주변엔 칩입을 대비한 수로와 다리가 보이는데, 마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성의 모습 같다.

잘 생긴 경찰이 말을 타고 등장하자 더욱 그러하다. 성 뒤편엔 공원과 평화의 문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를 타고 잠시 이동하여
밀라노 중심 거리에 도착했다.
이탈리아의 1인당 GNP는 15,000$이며, 북부가 남부보다 훨씬 부유하다고 한다.
북부에 위치한 밀라노 인구는 300만명.

밀라노 두오모 성당은 1386년부터 1965년에 걸쳐 지어졌고, 외부에 장식된 조각상만 2245개이고 내부까지 합하면

3400여개로, 이 조각상들은 성경 속 인물들을 표현한 것이다. 두오모 성당 건축에 쓰인 돌은 모두 핑크빛의 대리석으로,

수로를 통한 이 돌들의 이동 거리가 300km이상이라 하니 성당 건축에 쏟는 집념이 놀랍기만 하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바깥에서 짐작한 것보다 훨씬 넓고 웅장하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거리를 걷다보니 어느 새 유명한 밀라노 패션 거리다.
사방대칭 구조인 건물 양쪽으로 현란한 명품 매장들이 즐비하다.
고개를 돌려 바깥을 보니 국립 스칼라극장이 보이는데
그 앞 광장의 고뇌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가슴에 멘다.

 

점심을 먹고, 길을 재촉하여 베니스로 간다.
고속도로 교통사고 때문에 베니스 가는 길이 지체되고 있다는 설명~
베니스는 바다 위에 지은 수상 도시로,
100여개의 섬들이 400여 개의 다리들로 연결되어 있다.
베니스의 건물들은 대부분 르네상스시대인 1400-1500년대에 세워져 그 전통과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다.
5시 40분,
수상택시를 타고 베니스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뱃머리에 모여앉아 반대편 배를 향해 소리치며 손을 흔든다.

30분 후 진짜 베니스다. 덥다. 습도까지 높다. 우리나라와 흡사한 기후다.

 

가이드 안내에 따라 두칼레궁 앞을 지나 산마르코 광장으로 갔다.
가장 아름다운 거실이란 애칭을 지닌 이 광장은 많은 비둘기와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많은 이들의 발길이 닿아서인지 여기저기 쓰레기다. 종이문, 산마르코 성당, 리알토 다리...

베니스를 나가는 마지막 배를 타기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다. 산마르코 광장 안쪽의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보았다.

수상 곤돌라를 타는 사람들이 보이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과 다리들도 시선을 끈다.

집합시간이 되어 광장 쪽으로 나왔더니 광장 어느 카페에선 연주회가 시작되고 있었다. 짧지만 아름다운 밤~

 

베니스에서 20분 거리인 호텔에 도착했다.
그러나 내일 필요한, 예정에 없던 입장료 때문에 호텔 근처에서 현금지급기를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 지갑에서 잊고 있던 40유로 출현. 이런 땐 쾌재를 불러야 한다.

아, 잊을 수 없는 베니스의 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