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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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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4 : 그라나다 가는 길 오늘은 마드리드를 떠나 그라나다로 가는 날. 9시에 호텔 체크아웃 후 그제 들렀던 슈퍼마켓엘 갔으나, 9시반에 문을 연다는 안내판만 붙어있을 뿐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후에도 겪게 되지만 스페인 상점들은, 아침 일찍 열고 저녁 일찍 닫는 오스트리아의 아침형 슈퍼와는 다른 저녁형 상점이었다. 결국 슈퍼 한 코너에서 직접 굽는, 싸고 맛있는 빵은 포기한 채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니 그때가 마침 출근 시간인 듯 승객들이 꽤나 많다. 캐리어를 끌고 버스 뒤편으로 가려는데, 버스기사가 캐리어를 끌지 말고 들고 가라는 손짓을 하며 타박을 한다. 캐리어가 얼마나 크고 무거운데 들고 가냐고요. 들고 다닐 거면 캐리어를 왜 가지고 다니냐고요... 호텔 처음 올 때 탔던 버스기사는 무지하게 친절했구만, 버스 바..
스페인 3 : 문화라는 이름, 투우 고대 원형경기장을 연상시키는 투우장 앞에도 엄청난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투우장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미리 이곳에 도착했지만 사방엔 간식 파는 상인들만 있을 뿐 아무 것도 없다. 게다가 인터넷으로 예매한 티켓을 입장권으로 바꾸기에도 시간이 너무 일렀다. 쉬면서 배 채울 곳을 탐색하다 발견한 투우장 건너편의 서민적인 카페. 시원한 실내에 앉아 간단한 요기도 하고 거리와 카페의 사람 구경도 하며 시간을 채운다. 투우 시작 1시간 전인 6시, 투우장 매표소에 인터넷 예약 출력물을 내미니 왼편으로 가라고 한다. 우리처럼 인터넷 출력물을 가지고 있던 백인 여인을 따라 갔더니 예약번호를 입력하여 입장권으로 바꾸는 기계가 있다. 곧 정문이 열리고 계단을 올라 야구장을 연상시키는 복도를 따라 걷는다. 투우장 출입구마다..
스페인 2 : 마드리드 스케치 아침인 듯한 느낌에 눈을 뜨니 5시 40분, 빈과는 달리 아직 어둡다. 알람 시각까지도 꽤 남아있는데, 역시 습관은 못 속이는지 빈에서의 기상 시각과 비슷한 즈음에 눈이 떠진다. 한참을 뒤척이다 자리를 털었다. 6시반, 이제야 밖은 환하다. 어딜 가나 잘 자는 밥돌들은 아직도 한밤 중. 부엌 딸린 호텔이라 빈에서부터 끌고온 식재료들로 식사 준비를 한 후 커튼을 열었다. 아침밥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어제 근처 마트에서 사온 과일까지 아주 든든한 아침이다. 스페인은 피레네 산맥 너머 이베리아 반도의 85%를 차지하며 남한 면적의 5배에 달하는 넓은 영토를 지니고 있다. 인구는 약 4,400만 명, 그 중 수도 마드리드엔 480여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 15-16세기 대항해시대에 많은 식민지를 ..
스페인 1 : Hola, 마드리드 우리의 여름 여행을 기뻐해주는 듯 쾌청한 하늘이다. 공항버스로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반, 스페인 항공사인 이베리아 항공의 체크인데스크엔 여행객이 바글바글하다. 긴 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국적을 가늠하는 것도 재미나는 일, 스페인 사람인 듯한 얼굴도 많이 보인다. 짧지 않은 기다림을 지나 12시반, 항공기가 이륙한다. 행여나 하는 의심은 했었지만, 이베리아 항공은 저가항공도 아니면서 기내에서 무료 제공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작은밥돌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채, 물을 포함한 음료수와 빵도 모두 유료 판매되고 있었다. 김밥 제대로 먹어주시고 눈 좀 붙이려는데 이건 또 뭐람, 낡은 비행기가 엄청나게 흔들린다. 기류 이상이라는데, 상하로 휘청거리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나도 모르게 낮은 탄성이..
체코 : 두번째 텔츠 꼭 15개월만에 다시 찾은 텔츠. 그때처럼 체코 국경을 넘고도 1시간을 달려이 잔잔한 언덕에 올랐다. 파스텔빛 중세 건축물들이 봄 하늘과 여유롭게 어우러진다. 그 겨울엔 빗발처럼 쏟는 눈 때문에 아기자기한 성도, 마을을 둘러싼 호수도 차창으로만 흐릿하게 스치고 말았는데 이 봄엔 시간을 풀어내며 광장 밖의 풍경마저 가슴에 담아버린다. 성의 정원에서 웨딩 촬영 하는 신혼의 부부, 호숫가 목조 다리를 건너는 자전거, 낡디낡은 옛 길을 밟는 부자(父子), 평화 속을 거니는 마음이 있으니 천상이 바로 이곳일터.
프라터와 콘서트 비와 햇살이 번갈아 드나들던 5월 마지막 일요일. 2년 만의 프라터 공원 나들이. 큰밥돌은 절대 놀이기구를 타지 않겠다는 나를 잡고, 기어코 '크레이지마우스'인가 뭔가에 몸을 실었다. 저 아찔한 기구에 앉아있던 3분, 앞에 탄 두밥돌보다 뒷자리의 내 목소리가 더 컸음은 물론이다. 신록은 푸르게 익어가고 봄 하늘도 푸르게 영글어간다. . 공원을 거니는 꼬마 기차도, 영화 속 장면 같은 야외 카페도, 모두 투명한 푸르름을 머금은 날. 작은밥돌 학교에서 열린, 종업을 코 앞에 둔 시점의 6월 첫째 화요일의 여름 콘서트. 특히 6학년 아이들 전체는 3개월 동안 음악시간에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인단다. 6학년 합창단의 자유로운(?) 합창과 9, 10학년 여러 연주팀의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연주에도 객석의 학부모들은..
선글라스 별곡 큰밥돌의 선글라스가 사라진 지 두 달이 지났다. 3월 초에 스키장 다녀온 후 행방을 감춘 큰밥돌의 10년된 선글라스. 스키장 갔던 날을 또렷이 기억하는데다가 평소에 뭘 흘리거나 잃어버리는 큰밥돌 성격이 아니었기에 분명 집구석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을 거라 확신하고 선글라스 수색에 들어가기를 며칠.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선글라스는 집구석 어디서도 출현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우리나라보다 햇살이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 없이 운전하거나 걸어다니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선글라스를 애용하는 진짜 이유는 선글라스 없이는 배겨낼 수 없는 강하디강한 햇살 때문인 것이다. 이미 햇살 뜨거운 5월, 행방불명된 선글라스를 이젠 정말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토요일, 집에서 가까운 쇼핑몰의 안경점으로 가서 동양인의..
독일 4 : 올훼스의 창 로텐부르크를 떠나는 아침. 가려니, 햇살은 더 투명하고 거리 풍경은 더 선명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마르크트 광장에게 이별을 이른다. 시청사를 눈에 담고, 시의원 연회관의 시계는 마음에 싣고 600년 넘은 약국은 가슴에 재었다. 로텐부르크에서 빈으로 돌아가는 1/3 지점에,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레겐스부르크가 있다. 거대한 고딕양식의 성당 옆에 주차를하고 인포 센터를 찾고보니, 이 도시에 대한 한글안내서가 비치되어 있다. 레겐스부르크는 2차 세계대전 중 항공기 제작 장소였던 이유로 여러 차례 공습을 받았으나 다행히 중세 건물 대부분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13세기부터 300여년에 걸쳐 건립된 고딕 양식의 성 페터 성당은 소년 합창단이 아주 유명하다. 아직 움을 튀우지 않은 나뭇가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