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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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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 : 흐린 가을의 니스 일기예보와는 달리 맑은 니스의 아침이다. 어젯밤 늦게 시작된 여행, 빈 공항에서 기계로 체크인을 하고 기내용 캐리어를 둘 공간이 없는 항공기-오스트리아 국적기임에도-를 타고 니스에 도착했다. 어제는 아침부터 비자 연장 신청과 병원 진료로 완전 정신없는 하루였기에, 기내에선 앞 좌석 아기의 계속되는 울음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단잠에 빠져버렸다. 공항에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인 숙소까지의 택시요금은 무려 35유로. 니스공항 홈피에 안내된 요금과는 달리 미터기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기사 마음대로 책정한 요금이다. 여기도 이탈리아처럼 바가지 천국인가. 역시나 부엌 공간이 있는 호텔이라 아침 일찍 식사를 챙겼다. 여행할 땐 늘 그렇듯 텔레비전 만화 영화에 눈길을 주고 있는 작은밥돌. 내가 "말(프랑스어)이 참..
스페인 11 : 아디오스 에스파냐 어젯밤, 작은밥돌은 리셉션에 전화를 했었다. 내가 미리 인지한 바에 의하면, 호텔 예약 사이트의 설명엔 명시되어있지 않은 사항이 리뷰에 쓰여 있었는데, 바로 객실 미니바 이용요금이 무료라는 내용이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어젯밤 미니바를 살펴봤을 때 당연히 있어야 할 가격표가 없었던 것이다. 큰밥돌을 앞서 얼른 리셉션에 확인 전화를 하는 작은밥돌. 대답은 '무료'였다. 사실 그런 중요한 건 체크인할 때 미리 알려줘야 하는 사항 아닌가. 리셉션 직원 표정이 별로더만 서비스도 영 별로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침에 일어나 미니바에 들어있는 시원한 물 한 잔 정도는 들이켜줘야 했다. 크하~ 커튼을 살짝 열어 햇빛을 들여보내봐도 넓은 객실 안 두 남자는 8시가 되도록 널브러져 있다. 스페인의 대표 간식인 추러스가..
스페인 10 : 광장, 깊은 소통의 뜰 감사하게도 스페인 여행 내내 하루도 맑지 않은 날이 없다. 매일 맑고 환하니 더위 쯤이야 우리 의지로 충분히 이겨 넘길 수 있다. 어제 휘청거렸던 발이 꽤 부어있어 발등에 파스를 갈아 붙였다. 종아리엔 어제 뜨거운 햇살 때문에 붉게 돋아났던 자국도 그대로다. 아침 7시반, 늦은 스페인의 아침식사 -8시반부터라니 헉- 전에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다. 늦잠을 포기하고 일찍부터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오후에 이 아쉬운 세비야를 떠나 마드리드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방법은 둘이다. 하나는 고속철도인 AVE를 타고 2시간반 만에 주파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로 6시간 걸려 도착하는 방법이 있는데, 스페인 기차사이트의 백만번의 예약 결제 오류로 인해 할인요금 예약이 불가했기에 장거..
스페인 9 : 세비야와 춤을 그라나다에서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맑고 푸른 아침, 텔레비전 뉴스에선 밤 사이 들어온 사건 사고를 전하고 있는데, 한 나이트 클럽의 천장이 무너졌다는 어이없는 소식이 보도된다. 인구가 많고 밤 문화가 발달되어 있다보니 터지고 벌어지는 일이 많긴 하다. 짐을 꾸려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고, 10시가 되자 세비야 행 버스가 출발한다. 인터넷으로 버스 좌석을 예약할 때 맨 앞자리를 골랐는데, 버스 기사가 틀어놓은 아라비아풍 라디오 음악을 듣는 즐거움도, 탁 트인 시야도 모두 다 썩 괜찮다. 옆 자리의 젊은 스페인 여인은 에어컨 때문에 춥다는 내 말에, 내 자리 에어컨까지 자신 쪽으로 돌리더니 연신 재채기를 한다. 에고, 그렇게 친절할 필요까진 없었는데. 그리고 에어컨은 끄면 될 것을 왜 자기 자리 쪽으로 돌..
스페인 8 : 피카소와 알카사바 새벽 4시, 1층 bar에서 들리는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리듬 소리에 잠이 깼다. 오토바이 경적과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의 고함소리까지 온갖 소음들로 다채롭기 그지없는 새벽이다. 어제처럼 음악 소리는 6시가 돼서야 드디어 그쳤다. 6시면 다들 기상하기 시작할 시각인데, 웬 사람들이 날이면 날마다 밤새워 음주가무에 힘쓰는지 알 수가 없다. 8시반, 숙소를 나와 우린 그라나다 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9시반에 출발한 한적한 버스는 11시 20분, 우릴 말라가에 내려놓았다. 코스타 델 솔 지역의 중심지인 말라가는 인구 50만명의 대도시로, 1년 내내 따뜻한 태양이 내리쬐는 휴양지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구시가로 가는 동안 수없이 펼쳐진 야자나무의 숲이여. 한참을 걸어 구시가의 중심 마리나 광장에 이르렀다. 뜨거운 볕..
스페인 7 : 그라나다의 향기 알함브라를 떠난 우리는 알함브라 속으로 들어올 때처럼 미니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내려 누에바 광장을 지나 숙소에 들어섰을 땐 이미 2시도 훨씬 지난 시각이었고 이른 아침부터 강행군을 한 우리는 라면을 끓여 뱃속을 채운 뒤 바로 널브러지기 시작했다. 집에서건 여행지에서건 낮잠에 인색한 작은밥돌과 나는 거실 소파에 길게 앉아 TV를 향했고, 낮잠대마왕 큰밥돌은 침실에서 안락하고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특히 큰밥돌은 알함브라에서,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는 전화를 받았던 터라 피곤한 몸과 곤두선 신경을 함께 달래야 했다. 스페인 평일 낮 TV도 일본 만화가 점령해 있다. 작은밥돌은 스페인어가 더빙된 '도라에몽'을 보며 깔깔거리고, 나는 죄다 스페인어로만 쓰인 탁자 위 그라나다 안내서를 뒤적이며 어제 저녁에 중국..
스페인 6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2 나사리 궁을 나와 알카사바로 향했다. 역시나 알카사바 입구에서도 직원이 바코드 인식기를 티켓에 들이댄다. 웅대한 알카사바는 로마시대 성채 자리에,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무어인-북아프리카 이슬람인-이 9세기에 건축한 것으로, 지금은 그 자취만 남아있다. 나사리 궁에서처럼 알카사바에서도 옛 이슬람인의 주거지인 알바이신 지구가 보인다. 미로 같은 좁은 길의 연속인 알바이신 지구는 알함브라 궁전을 조망하기에, 특히 알함브라 야경을 즐기기엔 가장 이상적인 지역이라 하는데 직접 체험하고 싶은 의욕은 절대 고취되지 않아서 멀리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알카사바를 벗어난 우리는 카를로스 5세 궁전으로 발길을 돌렸다. 9세기에 지어진 알카사바가 알함브라 궁전 내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이라면, 카를로스..
스페인 5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1 아침 해가 일어나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노곤한 내 눈을 띄운 범인은 밤새 아니 늦은 새벽까지 이어지던 음악 소리였다. 3층에 위치한 아파트 1층엔 bar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늦은 밤부터 시작된 음악은 새벽 6시가 돼서야 끝을 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라나다 아파트 렌탈 사이트에선 우리가 머문 아파트의 소음에 대해 명시하고 있었지만, 아파트 위치가 위치인 만큼, 또 스페인의 밤문화가 긴 만큼, 주변 소음에 대한 시끄러움이라 생각했을 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러나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해서 일찍부터 서둘러야 할 스케줄을 미룰 순 없었다. 수십 번 예약을 시도하다 실패한 -알함브라 사이트와 스페인 기차 사이트, 정말 징그럽게 예약이 안 된다- 알함브라 궁전으로 아침 일찍 가야 했던 것이다. 전날..